[프리즘]후생경제 `오발탄`

 요즘 술자리의 화제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다.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세 부담 때문에 걱정이고, 못 내는 사람은 못 내는 사람대로 자신의 재산보유 사실에 허탈하다. 중산층 이하라는 자괴감이 우울하게 한다. 강남주민 역시 괴롭다. 중과세가 무서워 아파트를 팔고 싶어도 못 판다. 양도소득세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자연히 술잔을 기울이는 횟수만 많아진다.

 참여정부 초기 공평한 부의 재분배를 위해 정권은 각종 정책을 내걸었다. ‘강남아파트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각종 부동산 정책을 10회 가까이 바꿨다. 정권이 사생결단으로 강남 아파트 가격과 싸웠지만 결국은 항복하고 말았다. 그동안 주물러온 정책은 처음 의도한 바와 다르게 너덜너덜해졌다. ‘정부 정책과 반대로 했더니 큰돈을 벌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고 있다.

 정책 실패의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월급을 저축해 오를 대로 오른 강남 아파트에 ‘입성’하겠다는 생각은 황당무계한 발상이다. 꿈을 꾸지 않는 것이 옳다. ‘강남’은 그들만의 지역이다. 강남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특권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강남 주민들은 이유없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한다. 좁은 서울 땅덩어리 안에서 어디에 사느냐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받아들여진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기업도 죽을 지경이다. 원화절상에 고유가는 피할 수 없는 산이다.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 수출이 늘고 있지만 대기업과 일부 품목의 약진일 뿐이다.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중도 하차하고 8부 능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는 중견기업도 고개를 떨구고 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험로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부의 재분배를 논하는 후생경제학은 경제학의 최고봉이다. 고도 성장의 이면에 발생하는 사회 갈등을 분배의 경제 측면에서 해석한 학문이다. 빈부격차가 아직도 큰 우리나라로서 정책의 기저로 충분히 삼을 만하다. 하지만 아직도 배고픈 사람이 많은 현실을 외면한 채 효과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실증경제가 불안한데 후생경제가 먹힐 리 없다. ‘정책 오발탄’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단지 정책 실수일 뿐이라고 치부하면 간단한 일이다. 50년대, 세계 최빈국에서 2006년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저력을 우리는 아직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우 퍼스널팀장@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