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각 연구기관이 하나의 특허를 두 개 이상의 사업 성과물로 등록하는 ‘특허 출원 부풀리기’를 원천 차단하기로 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각 연구기관이 하나인 특허를 여러 개의 연구개발(R&D) 성과물로 중복 신고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은 R&D의 효율적인 관리나 정확한 평가를 가로막는 일이다. 또한 IT강국의 연구기관으로서 우수한 신기술 개발과 동시에 고부가가치 원천 특허를 국가 핵심 무형자산으로서 확보하는 데 앞장서야 할 연구기관이 취해야 할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유가 어찌됐건 실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누구보다 새 기술의 특허출원을 촉진하고 정직해야 할 연구기관이 성과를 부풀렸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치열한 글로벌 시장환경 속에서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지재권강국 코리아’로 도약하려면 이 같은 출원 부풀리기보다는 인재양성과 연구비 확대로 더 많은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그 최 일선에 각 연구기관이 서 있어야 한다.
더욱이 요즘은 상품과 기술의 주기가 단축돼 상품에 따라서는 불과 몇개월만 지나도 수명을 다하는 사례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경쟁자보다 더 빨리 특허를 출원해야 우리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개척 영역인 신기술 분야를 선점하고 이를 표준화해야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블루오션 전략이다.
늦기는 했지만 이번에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32개 부처·청·위원회가 내놓은 특허취득 실적의 중복과 허위등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성과검증시스템’을 구축해 이를 내년 초에 본격 가동하기로 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더라면 본의가 아니었다 해도 특허 부풀리기는 계속될 수 있다. 시스템 미비든 아니면 서로 교차 확인을 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든 간에 하나의 특허를 여러 개의 성과물로 포장하거나 이를 부풀린 것은 곱씹어볼 일이다. 더욱이 이 같은 특허 중복 실태가 심각하다면 비난받을 일이다.
국회 강성종 의원(열린우리당)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 동안 R&D 성과물로 신고된 과학기술부의 특허를 조사한 결과 전체 3435건의 27%에 해당하는 925건이 부내 다른 R&D사업에 중복 신고됐거나, 동일 사업에 2회 이상 신고한 경우, 타부처 성과물로 중복된 특허 등이었다고 한다. 산업자원부는 출원 940건 중 20.7%에 이르는 195건이, 정보통신부는 2930건 중 5.7%에 해당하는 168건이 내부 및 타 부처와 중복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만약 정부 32개 부처 모두를 대상으로 분석한다면 우리나라 특허 가운데 20% 이상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유령 특허’일 수 있다는 주장이고 보면 실상이 심각하다. 무책임한 일이다.
과기혁신본부가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 R&D 성과물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특허청 DB와 32개 부처 140여개 과제담당기관의 성과물을 확인하는 검증시스템을 연초 가동하기로 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가능하면 서둘러 과거 특허 성과물의 중복 신고에 관한 정비를 앞당겨야 한다. 또한 기존에 중복 등록된 특허 중 고의성이 있는지를 파악해 만약 의도가 있었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 세계는 특허 분쟁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와 더불어 외국에 비해 오래 걸리는 특허 처리기간을 더 앞당겨야 한다. 인력충원 등의 문제가 있기는 하나 특허심사를 최대한 단축해야 급변하는 기술경쟁력환경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특허는 글로벌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관건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와 기업은 특허기술의 표준화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