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산업에 새 날개를 달자](하)세계 시장으로 나아가야 할 때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올해 미국, 중국 등 해외 출장을 30번 이상 다녀왔다. 해외 체류 기간도 100일이 넘는다. 취임후 내치(內治)에만 주력해온 남중수 KT사장도 최근 글로벌 행보에 나섰다. 이달 초 홍콩에서 열린 ITU텔레콤월드에서 “내년에는 블라디보스톡, 몽고, 베트남 등을 다니며 해외 사업을 직접 챙길 것”이라며 글로벌 경영 의지를 밝혔다.

유무선 시장의 양대산맥인 KT와 SK텔레콤 CEO의 글로벌 행보가 더욱 빨라졌다. 안정적인 내수시장에서 비롯한 달콤한 성장이 이제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가입자 2000만을 호령하는 두 기업이지만 해외 영향력은 바닥 수준이다. SK텔레콤과 KT 매출 10조∼11조원 가운데 해외 부문 매출은 1% 미만이다. 통신산업이 전형적인 내수산업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그렇다해도 해외 통신사업자에 비해 우리 사업자들의 글로벌 전략이 늦게 발동 걸린 건 사실이다.

SK텔레콤은 베트남, 중국, 미국 등에 진출해 초석을 다지고 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SK텔레콤의 고위 임원은 “2∼3년 더 빨리 해외사업에 눈돌렸어야했다. 내수시장 성장에 안주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진단했다. KT도 아직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이에 반해 세계 굴지의 통신기업들은 이미 세계로 눈을 돌렸다. 영국 보다폰은 90년대 후반 포화된 영국 시장에서 탈피해 M&A 등을 적극 활용한 결과 26개국에 1억8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올 3월말 종료된 보다폰의 2006 회계년도 매출 293억파운드(약 52조원) 가운데 8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싱가포르 싱텔은 인구 400만명에 불과한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이미 9000만명의 해외 가입자를 확보했다. NTT도코모는 아시아지역 7개국과 연합한 커넥서스의 영향력을 전세계로 확대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물론 지정학적인 불리함, CDMA 시장 축소 등의 대외 변수는 있다. 그러나 최고의 이동통신 기술과 높은 서비스 수준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밀릴 절대적인 이유는 없다. 3G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절대 강자가 없는 만큼 승산도 있다. KTF가 도코모의 커넥서스 연합체에 들어가고 SK텔레콤이 중국 TD-SCDMA 사업권을 노리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지금부터라도 중단없는 글로벌 사업을 추진해야한다는 안팎의 목소리가 높다. 추진 주체는 사업자들이다. 미국, 유럽 등 이미 성숙한 해외시장의 경우 사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많지 않다. 기껏해야 MVNO 시장 진출이나 초고속인터넷 사업 정도다. 그래도 사업자 스스로 철저하게 가격대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서비스 모델을 찾으면 승산은 있다.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 진출은 조금 더 용이하다. 다만, 정부의 IT외교가 필요하다. 이제 막 통신 시장에 눈을 뜬 만큼 정부간 채널이 서비스 진출에 키를 쥘 수 있다. 각종 규제나 주파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민간기업이 홀로 뛰어선 성과도 안나고 너무 더디다. 가입자 150만명을 넘어선 SK텔레콤의 베트남 S폰 사업도 2000년 진출 당시 수차례 장관회담이 오갔기에 성사할 수 있었다. 노영규 정보통신부 정보통신협력본부장은 “통신사업의 해외 진출은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정부차원에서 물꼬를 틔워줄 부분이 있다”며 “정부도 해외 각 정부에 정책소개, 기술 및 표준 채택 권고 등을 하고 있으며 특히 개발도상국에 대해 앞으로도 정부간 협력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혜·권건호기자@전자신문, ihcho·wingh1@

◆글로벌 시장공략 손잡는 통신업체들

 지난 15일 저녁에 의미있는 만남이 있었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과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이 글로벌 사업에서 손을 맞잡았다. 양사는 내년에 총 20여개 모델에 걸쳐 300만대를 출시키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내수시장에선 더할 나위없이 중요한 파트너지만 해외시장에선 각개 약진해온 두 기업이었다. 300만대라는 물량도 중요하지만 국내 단말기 1위 업체와 이동통신서비스 1위 사업자가 힘을 합쳐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이상적인 모델’을 보여줬다는 의미가 깊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휴대폰이 세계를 누비는 동안 정작 에너지원이었던 통신서비스는 전형적인 내수업종에 머물렀다. 그러나 통신서비스업계도 해외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만큼 전·후방이 보조를 잘맞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개별 제품 수출에 비해 통신서비스가 해외에 진출할 때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장비, 단말기, SW, 기술지원 등 모든 것들이 같이 나가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미국에서 시작한 힐리오 사업은 아직 초기단계지만 후방산업의 효과는 벌써 나타났다. 20여개 중소협력사가 동반 진출했으며 300억원 넘는 SW수출 성과를 거뒀다. 2∼3년안에 단말기 수출효과만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S폰 사업도 2000억원 이상을 기지국 건설 등에 투자했지만 90% 이상을 국내 장비 업계가 차지했다. 장비업계가 다시 기술혁신을 하고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장비를 만들고 이를 서비스 업계가 채용해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글로벌 사업에 따른 선순환 구조의 전형이다.

물론 쉽지 않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도 “다들 어렵다고 말해 더욱 해외에 나가려했는데 실제 해보니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글로벌 시장은 국내 사업자간 협력 모델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경쟁한 업체들끼리라도 글로벌 사업을 두고는 협력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며 “국내에선 라이벌인 KT와 SK텔레콤이 해외시장에서 협력하는 ‘사건’이 터질 수도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