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인재양성은 슬로푸드와 같은 것

가끔 참살이(well-being) 차원에서 죽 전문점을 찾아 가볍게 식사를 하곤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의아한 것은 같은 프랜차이즈인데도 가게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분명 같은 재료를 공급받아 같은 조리법으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왜 그럴까. 공학에서는 이를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개념에서 설명할 수 없다고 해 휴먼웨어라는 별도의 영역에서 설명하고 있다.

 휴먼웨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 보유하고 있는 자원·정보·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술과 그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의 인간관계 기술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기계적인 환경을 인간 환경에 맞게 제작한 것이다. 그러니 같은 재료와 매뉴얼을 쓰는 같은 프랜차이즈지만 다른 맛이 나는 것은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단지 식음료 산업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산업 전반에서 휴먼웨어에 대해 관리를 하고 있고 굳이 휴먼웨어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인적자원의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은 사회 조직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적자원 개발은 국가발전 전략으로서도 중요하지만 정부기관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올해 처음으로 교육인적자원부 등의 주최로 공공부문에서 인적자원 개발에 우수한 성과를 보인 기관에 대해 이를 인증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기쁘게도 내가 몸담고 있는 조달청이 첫해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 인증을 획득하는 영예를 안았다.

 인적자원에 대한 개발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돈을 좀 들여서 직원교육 시간을 늘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며 꾸준히 관심을 가지면서 간부와 직원들이 서로 역할과 처지를 바꿔 생각해 보고 보직·교육·평가·보상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인적자원에 대한 관리와 개발은 슬로푸드(slow-food)와 같다. 우리의 장류나 김치 등이 오랫동안 보관하면서 부패하지 않고 오히려 제 맛을 내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듯이 인적자원 개발도 소프트웨어적 관심과 하드웨어적 투자 그리고 오랜 시간 곰삭은 깊은 맛(휴먼웨어)을 끌어내야 한다.

◆천룡 조달청 정책홍보본부장 lyongch@pps.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