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진정한 상생은?

 팬택계열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열흘이 지났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워크아웃 개시 명령 이후 국내 산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준 팬택사태는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26일에는 실사기관도 선정됐다.

 중소 부품업체 역시 팬택계열 구매본부와의 협의를 통해 내년 사업계획을 재수립하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 팬택계열에 소요된 부품 규모는 팬택이 4484억원, 팬택앤큐리텔이 5161억원 등 총 9645억원에 이른다.

 팬택계열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일부 부품업체는 지난 10여년 간의 파트너쉽을 고려해 고통분담에 동참하고 있다.

 금융권의 여신한도가 줄어 어음할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신용거래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편에서는 현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신규 매출처를 개발 중이다.

 문제는 대기업. 일부 대기업 계열사는 현금 없는 거래를 더는 못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비해 상당히 보수적인 거래조건을 요구하는 있는 셈이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팬택계열 부품공급 업체에 대한 여신 회수 움직임까지 물밑에서 일어나고 있다.

 팬택 협력업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 “햇볕날 때 우산 빌려주고, 비올 때 우산 빼앗아가는 게 대기업이 내세우는 상생이냐”고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모 대기업 계열업체는 부품 공급 2개월 전에 현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선수금’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매출채권은 물론이고 추가적인 위험관리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는 중소 기업에 비해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잘 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휴대폰 한 대를 생산하는 데는 200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간다. 한 개라도 부족하면 완제품 생산이 불가능하다. 돈이 없어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에 대해 현금결제, 특히 선불까지 요구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상당수 대기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거론하면서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한다. 현금유동성 부족으로 채권단에 구조신호(SOS)를 보낸 팬택계열 및 중소 부품업체가 바라는 진정한 상생은 어떤 것일지 생각해 볼 때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