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판 업체로 유명한 대만 아수스는 올해 ‘람보르기니’ 디자인을 형상화한 노트북을 선보여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이탈리아 고급 승용차 브랜드 람보르기니와 손잡고 내놓은 이 제품은 한국에서도 한정판이 조기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대만이 전세계 IT 디자인 기지를 목표로 ‘메이드 인 타이완’ 브랜드를 새로 만들고 있다. 대만업체가 과거 “원하는 상품은 무엇이든지”에서 “혁신 제품은 타이완에서”로 슬로건을 바꾸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7일 전했다.
이미 대만은 전 세계 노트북PC 다섯대 가운데 네대를 디자인할 정도로 컴퓨터 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대만 전자업체는 나아가 PC 중심에서 MP3플레이어·휴대폰 등 다양한 단말기에 ‘대만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히고 있다. PC에서는 시장 점유율 면에서 전 세계 수위를 달리는 델과 HP가, 휴대폰에서는 노키아·모토로라가 대만 콴타·아수스와 차세대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델은 이미 전 세계에 유통하는 델 노트북PC 가운데 절반을 대만 디자인에 의존하고 있다. 델이 지난 2002년 콴타와 공동으로 설립한 디자인개발센터 인력은 초기 50명에서 지금은 6배가 넘는 330명으로 늘렸다. 대만 델의 샤인 청 지사장은 “디자인 인력을 더욱 늘릴 계획이며 이들은 차세대 제품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IT기업은 또 공동 디자인센터와 별도로 자체 디자인 팀을 운영하고 인력을 포함한 모든 투자를 매년 두 배 이상씩 늘리고 있다. JP모건 앨빈 콱 연구원은 “노트북PC는 전 세계 제품의 80%가 이미 대만에서 디자인되고 있다”며 “생산은 대만과 가까운 중국에서, 디자인과 개발은 대만에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대만 정부도 디자인 개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창이(창조) 디자인센터’를 설립하고 디자인 경쟁력에서 앞선 이탈리아 밀라노의 노하우를 대만 기업에 접목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아수스 마커스 웨이조 디자인센터장은 “이미 대만은 90년대 중반부터 단순 조립 위주 OEM 생산에서 디자인을 포함한 ODM 위주로 비즈니스 모델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며 “디자인을 통해 갈수록 낮아지는 이윤을 상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과거 5년 동안 대만 기업은 디자인 경쟁력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며 “처음에는 비용 줄이기에 초점을 두었지만 지금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대만을 찾으라고 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만 기업은 글로벌 업체를 대상으로 거의 무료 수준으로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JP모건 콱 연구원은 “디자인을 통한 부가가치 제공이 중국·인도 등 신흥 국가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대만이 살아 남을 수 밖에 없는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