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이통 3사 "3G로 한판 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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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벽두부터 이동통신 시장의 3G 주도권 경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2일 업무를 시작한 SK텔레콤, KTF 등 이통사들의 신년사에는 ‘3G 주도권’을 강조하는 내용 일색이다. ‘3G 1위 달성’을 외친 KTF 뿐만아니라 SK텔레콤 역시 ‘3G 리더십 유지’를 강조하며 치열한 격전을 예고했다. 동기식 3G서비스인 리비전A 사업권을 얻은 LG텔레콤도 5∼6월을 목표로 서비스를 준비중이어서 2분기말엔 3사간 3G 경쟁이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 신년사부터 3G 기싸움=KTF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새해 첫날 임원들을 이끌고 산꼭대기에 올라가 3G 1위 달성 결의대회를 가진 조영주 KTF 사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이를 다짐했다. 그는 “지난 몇년간 WCDMA 1등을 향해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며 “가장 먼저 HSDPA 전국망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WCDMA 시장 활성화와 주도권 확보’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해온 SK텔레콤도 이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3G 주도권 강화’를 글로벌사업 안정과 함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조부회장은 “올해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전개될 3G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일재 LG텔레콤 사장도 “경쟁사들이 차세대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고객을 만족시킬 사업모델을 개발한다면 우리가 판을 주도할 수 있다”며 의지를 보였다.

◇마케팅 경쟁 3월 전후 본격화=본격적인 3G 마케팅 경쟁은 3월께로 예상됐다. KTF는 전국망을 구축하는 3월 1일을 D데이로 삼아 마케팅 활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판매역량 강화, 네트워크 품질 안정화, 단말기 라인업, 차별화 서비스 등을 내세웠다. 특히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위한 마케팅 비용을 3G 신규가입자 유치에 집중해 6월에나 전국망 구축이 가능한 SK텔레콤과 초기 격차를 크게 벌여놓는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전국망 구축이 KTF보다 다소 늦기는 하지만 앉아서 1위를 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방형 부사장은 “2G와 3G를 나눠 가입자 1, 2위를 가린다는 것이 사실 큰 의미는 없다”면서도 “KTF의 3G 1위 달성을 두고 볼 수 만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국망 구축 시점은 6월이지만 KTF의 마케팅 독주를 견제할 마케팅 활동을 3월 전후에 전개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부사장은 그러면서도 어차피 기존 고객을 놓고 출혈경쟁을 벌이기보다 2G에 못지않은 3G의 품질경쟁력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해 하반기에 승부를 걸었음을 내비쳤다. LG텔레콤 역시 서비스 개시시점인 5∼6월을 앞두고 3월부터 워밍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 가입자 목표 얼마나=3사는 아직 가입자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KTF는 저가 단말 소싱정책과 연관되는 것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이달말께나 가입자 목표를 제시할 방침이다. 업계에서 추산한 KTF의 HSDPA 가입자 목표는 약 270만∼300만명이다. 1월 현재 14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SK텔레콤은 내부적으로 무조건 KTF보다 더 많이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목표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올해 최소 600만명의 3G 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전체 이통 가입자 4000만명의 15%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양사 모두 고민스럽다. 가입자 목표치야 얼마든지 공격적으로 설정할 수 있지만 2G와 3G 사이에 어떤 정책을 가져가느냐는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초기부터 섣불리 대규모의 3G 가입자 전환을 시도하다 2G와의 서비스 차별성이나 요금문제, 전국망 커버리지의 퀄리티 문제, 과도한 마케팅 비용 등의 리스크를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3G 격전`-단말 조달이 변수

 이동통신사들의 3세대 경쟁 판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는 단말 조달 여부다. 새해부터 2세대망과 3세대망을 병행 운영하는 과도기 체제가 형성돼 이를 지원할 단말을 얼마나 원활하게 조달할 것이냐가 경쟁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조달 능력은 전통적으로 단말 구매량에 따라 갈리는데 이통사별로 서비스 집중도가 달라져 딱히 누가 우위라고 얘기하기 힘들다. 반면에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내실 경영에 나서며 단말 라인업을 축소하는 추세다.

3세대 서비스 1위 등극을 목표로 내건 KTF는 새해 출시할 전체 단말라인업 중 50%에 가까운 25종의 단말을 HSDPA 전용폰(SBSM) 단말로 출시할 계획이다. 얼마나 저렴하고 많은 HSDPA 단말을 확보하느냐가 목표 달성의 관건이다. 이를 위해 국내 제조사는 물론 노키아, 소니에릭슨 등 해외 제조사들에도 문호를 열어놓고 협상을 진행중이다. 3G 분야만큼은 KTF의 단말 구매력이 크게 상승해 협상력이 커졌다는 게 KTF측의 판단이다.

2G 가입자 방어 및 3G 가입자 유치 모두를 고려해하는 SK텔레콤은 단말 조달에 고민이 많다. SK텔레콤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60여종의 단말을 출시할 예정이나 3G 전용폰 보급 비중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시장 변화를 지켜보며 유동적으로 가져갈 계획이다. HSDPA 전용폰 출시 시기도 6월께로 잡아 KTF에 비해 3개월 정도 늦다. 출시 시기는 늦지만 단말 구매량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말 경쟁력 우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SK텔레콤의 고위 관계자는 “단말의 가격, 디자인 등 SBSM 단말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지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며 “HSDPA 전용폰 라인업은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6월께 리비전A 서비스를 선보일 LG텔레콤은 단말 조달력에서 2G 시장에 비해 더 약화될 우려가 높다. 세계적으로 리비전A 서비스 사업자 수가 적어 휴대폰 공급업체도 많지 않다. LG텔레콤의 희망은 LG전자다. 이 회사 관계자는 “리비전A 단말 수급은 초기 LG전자로 시작해 점차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LG텔레콤에서 LG전자로 옮긴 남용 부회장의 역할에 새삼 관심이 집중됐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