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팹리스, 지난 10년…앞으로 10년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반도체설계전문(팹리스) 산업이 태동한 시점을 업계에서는 97년 IMF 당시로 기억한다. 당시 삼성과 LG·현대에서 쏟아져 나온 반도체 전문인력이 의기투합해 지금의 팹리스 산업을 일구어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주문형반도체(ASIC)나 디자인하우스로 시작한 업체 대부분이 10년의 경륜을 쌓고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로 도약할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0년은 팹리스 업체의 좌충우돌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팹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산업 특성 때문에 생각지 않게 매년 몇 배씩 성장하는 팹리스 업체가 줄을 이어 나왔고, 또 그만큼 예기치 못한 난관 앞에서 헤매기도 했다. 그 사이에 매출 2억달러에 이르는 중견 팹리스가 탄생해 세계 팹리스 업계에 당당히 명함을 내밀게도 됐다. 어찌 보면 드라마처럼 지난 10년 전에는 생각지 않았던 산업의 모습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앞으로의 10년은 달라야 한다는 것이 10년을 지낸 팹리스 업계의 의견이다. 지난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야기 중 하나가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브라이언 트레이시가 저서에서 밝힌 ‘하버드 MBA 목표 성취 기술’이다.

 이 이야기는 하버드 MBA 과정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목표 설정에 관한 연구에 관한 내용이다. 이 연구에서 재학시절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학생 3%는 졸업 후 나머지 97%의 10배에 달하는 평균수입을 올렸다는 놀라운 결과를 만날 수 있다. 또 목표는 뚜렷했지만 구체적인 실천계획은 없었던 13%는 평균 2배 정도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와 계획이 같은 강의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하루 10만건에 이르는 조회수를 기록한 이 이야기는 미래를 준비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팹리스도 새로운 10년을 맞이하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그에 따른 도약을 이룰 수 있는 방안,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방안, 세계 무대로 나갈 수 있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할 때다.

문보경기자·디지털산업팀@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