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위(胃)를 가지고 있어 먹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의 이립옹(李笠翁)이 한 말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음식물편’ 서문에서 인류가 겪어야 할 근심의 원천이 바로 위와 입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는 입과 위가 있어 인간의 다른 기관들이 평생 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이다. 도덕군자도 배고프면 가진 자에게 허리를 굽혀야 한다. 배부르고 등 따스하면 태평성대가 따로 없다. 배고프고 헐벗으면 아귀다툼이 벌어진다. 이는 역사가 증명한다.
새해 재계의 핵심 경영 키워드가 ‘창조적 발상, 글로벌 혁신, 고객 우선, 일등 경영’ 등이라고 한다. 고유가, 저환율, 원자재난,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도 고객감동을 기치로 삼아 창조적 발상과 혁신으로 글로벌 리더로 거듭나고 동시에 경제성장을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경제문제는 오늘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의 최대 관심사다. 경제라는 게 곧 먹고 입고 사는 문제다. 창조적 발상과 고객 우선, 일등 경영을 하는 것도 수출을 많이 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이는 재계만의 일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함께 진행해야 할 과제다. 기업이 잘 돌아가면 국민 삶이 풍족해지고 부자 나라가 되는 법이다.
우리가 사는 시대가 어렵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우리는 갈등과 분열의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불신, 편 가르기, 경기 침체, 취업난, 분열, 노사 대립 등의 말이 난무했다. 올해는 신뢰, 통합, 경제 회생, 일자리 만들기, 노사 화합 등의 말을 하는 해가 돼야 한다. 어제의 아린 경험과 후회를 밑천 삼아 새로운 비전을 내놓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각자 작심삼일을 건너야 한다. 최소한 작심일년은 가야 한다. 작심삼일의 실패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하다. 용두사미도 있긴 하다. 이런 결과는 초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성취하려면 첫 마음을 잘 지켜야 한다.
새해를 맞아 계획을 세웠다면 마치 빈 잔을 채우듯 해야 한다. 경제를 살리고 싶은 것은 국민의 염원이다. 자신은 방관자가 되고 그 실행의 과녁을 기업이나 국가에만 겨눈다면 경제는 살릴 수 없다.
그래서 새해에는 남 탓 하는 풍토를 고쳐야 한다. 내 탓을 해야 한다. 남이 변하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 나는 이 자리에서 무엇을 얼마나 잘했는지 반성해야 발전이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분열과 대립이다. 서로 힘을 합치고 통합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사회적 양극화는 통합으로 해결할 수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은 경제회생의 시발점이다. 우리는 새해 두루 거듭나야 한다. 생각을 바꾸고 일하는 방식도 변경하자. 내 시각이 아닌 상대의 눈으로 사물을 보자. 당장 내가 할 일은 제대로 하는가. 더 잘할 수는 없는가. 우리가 더 발전하고 도약하려면 지금 이 순간 새해 고쳐 맨 마음의 옷깃이 그대로인지 살펴봐야 한다. 현자(賢者)는 변화관리자라고 한다. 기업만 창조적 발상, 글로벌 혁신을 하는 게 아니다. 개인도 혁신을 해야 한다. 세상은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의 대문을 열어 준다고 한다. 그 대문이 경제성장이라면 그 과녁은 무엇인가. 바로 새해 세운 계획의 ‘작심일년’ 실천하기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