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2.0이 다가온다

[ET단상]2.0이 다가온다

2.0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2.0의 개념은 오라일리 미디어 부회장인 데일 도허티가 과거 닷컴 거품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기업들의 특징을 웹 2.0이라 부르기 시작한 이후 그 의미를 확장해 나갔다. 이제는 기존 패러다임의 진화, 혹은 버전 업그레이드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우리 사회에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얼마 전 노무라 종합연구소에서는 ‘2011년, 웹2.0 관련 기술의 진화 예측’ 보고서에서 소비자의 브로드밴드 네트워크나 휴대전화 이용 등 정보통신 인프라 활용 환경이 기업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앞서가는‘産-消(산-소) 역전현상’을 지적한 바 있다. 이는 2.0 시대의 기업이 소비자 주도의 웹2.0 관련 기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 생산성 향상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KT 경영연구소에서도 성장정체를 겪고 있는 국내 IT산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고민의 일환으로 ‘IT2.0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또한 참여(participation)와 협력(collaboration)이라는 웹2.0의 시대정신이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IT산업은 90년대 이후 정부 주도의 성장가도를 달려온 1.0 시대와 2000년대 초반 이후 새로운 환경변화와 성장통을 앓고 있는 1.5 시대를 거쳐 2.0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2007년부터 오는 2015년까지 IT산업이 국가 경제의 새로운 도약 기반이 되는 시대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IT2.0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참여자 역할을 새롭게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 정부는 ‘시장활성자(market facilitator)’로서, 기업은 ‘시장조성자(market shaper)’로서 새로운 역할을 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해 다음의 5대 어젠다를 제안한다.

 5대 어젠다의 주요 골자는 △서비스-기기 동반성장 △소비자의 적극적인 시장참여 유도 △기업과 정부의 혁신 네트워크 구축 △글로벌 가치사슬의 주도권 확보 등이다. 이 중 IT2.0의 시대정신인 참여와 협력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소비자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 유도와 기업과 정부의 협력을 통한 혁신 네트워크 구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금세기 최고의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참여와 참여자가 만드는 세상’을 미래 사회의 주요 키워드로 선정한 바 있다. 그는 ‘부의 미래’에서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프로슈머(prosumer)들이 개인과 개인 간의 학습 물결로 시간을 사용하는 시기와 방법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사회 내에서 공유되는 지식의 본질도 바꾸고 있다고 했다.

 사실 이러한 학습물결은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우리에겐 이미 의료·법률·컴퓨터·교육·미디어 등 거의 전 분야에서 경험자들의 실제적인 사례로 가득한 지식창고가 있다. 컴퓨터에 관한 한 프로추어(proteur)들이 운영하는 전문 블로그, 당뇨병 환자 가족들의 커뮤니티 혹은 어학시험에 관련된 각종 후기와 비법으로 가득찬 카페에서 프로슈머의 지식과 정보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으며, 이제는 더욱 새로운 것들이 미래를 채울 것이다.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의 대표 사례로는 샌프란시스코 시의 무선네트워크 서비스 구축을 들 수 있다. 구글과 어스링크는 샌프란시스코 시와 공동으로 무선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저속은 무료로 접속할 수 있게 하고 고속서비스는 유료로 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용자 모두에게 혜택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협력 모델은 미국 내 타 도시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IT2.0 시대는 다름 아닌 이러한 참여와 협력이 만들어가는 시대다. 2007년은 정부와 기업, 소비자의 참여와 협력으로 만들어가는 IT2.0 시대의 첫해가 될 것이다. 2.0 시대의 IT산업은 일상 속에 깊이 침투해 조용한 혁명의 주역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부활, 네오르네상스를 조심스럽게 꿈꿔본다.

 우리에겐 세계 최고의 역동적인 프로슈머들이 있으며, 이들이 바로 미래의 부를 창출하는 주역이다. 프로슈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IT2.0 시대를 기대할수록 즐거운 미소가 가득해진다. 이들이 한 축을 이뤄 만들어 가는 세상, 대한민국 2.0이 눈앞에 있다.

◆유태열 KT 경영연구소장 yooty@k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