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IT 협력의 길이 열린다

[통일칼럼]남북 IT 협력의 길이 열린다

6자 회담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핵 문제로 남북 관계가 최악의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평양에서 또 다른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2002년 착공한 평양과학기술대학 건설은 어두운 국제정세와 남북관계에도 불구 현재 9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2007년 첫해에는 200여명의 박사원(석사 과정) 학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IT학부 건물을 비롯해 연구소·복지관·기숙사·외빈 숙소·파워플랜트·대형 보일러실 등 13개의 건물이 현재 마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성공적 배경에는 옌볜과학기술대학이 있다. 그동안 1600여명의 학생을 배출했고 지금은 1800여명의 학생, 500여명의 자원봉사 교직원과 가족이 서로 돕고 공부하며 가르치고 있다. 100% 취업률을 자랑할 정도로 동북삼성에서는 최상의 학교로 인정받는다. 이 같은 놀라운 결과로 김진경 총장은 지난해 외국인으로서는 네 번째로 중국 정부로부터 중국 공민증을 받았다.

 북한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그야말로 대사건이다. 학교 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중국 전역에서 외국인이 건물을 짓고 학교를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니 눈이 번쩍 뜨일 일이다. 그동안 남북 간 직접 사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옌볜·평양·서울을 하나로 묶어 북측과 번갈아 가며 회의를 하고 사업을 추진해온 결과 평양과학기술대학 건설사업은 이제 결실을 볼 단계에 있다.

 평양과학기술대학의 역할은 단순히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남과 북을 이어주는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통로가 될 것이다.

 더욱 주목할 일은 평양과학기술대학 내에 건설되고 있는 지식산업복합단지다. 이곳에는 산업연구소와 시범 공장이 입주를 서두르고 있다. 이미 국제 직통전화가 개설돼 있으며 위성안테나가 세워져 단지에서 세계 각국의 TV 방송을 수신할 수 있다. 교수·연구원·학생이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도 개설되고 대용량 수도와 전력공급 체계가 완비될 예정이다. 여기에 식당·숙박시설·전자 도서관·운동시설·복지시설 등이 완비되면 명실상부한 하나의 산·학협력 도시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몇몇 연구소가 입주 신청을 했으며 1차로 7∼8개의 분야별 연구소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들 연구소는 자체 연구는 물론이고 남북이 서로 다른 환경을 극복, 같이 일할 수 있는 산업기반을 만들어가는 과제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운영될 예정인 시범공장은 북한의 공장을 협력업체로 강력한 상호 의존적 사업구조를 만들어 나가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추진돼온 임가공 형태의 사업으로는 한계가 있다. 단순하게 북측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형태만으로는 남북경제협력 사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 공동의 사업이익이 발생하는 상호 협력과 의존적 구조가 돼야만 남북경협은 성공적인 기반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개성공단은 이미 기능인력이 부족해 중소기업의 교육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부족한 것은 기능인력과 경영에 필요한 북측의 관리인력과 고급 인력도 부족하다.

 평양과학기술대학의 개교가 이런 문제를 다소나마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국제감각을 갖춘 고급 인재와 기능인력이 양성되기 시작하면 남북경협에 필요한 관리인력과 고급 기능인력이 공급된다. 이는 남북 양측의 신뢰를 구축하는 일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남과 북, 길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어떻게 더 좋은 길, 더 넓은 길을 만들어 나가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대부분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가능하도록 만들어 나가는 의지와 더욱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우리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임완근 남북경제협력진흥원장 cea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