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이 9일(이하 현지시각) 기업들의 특허권 도전을 용이하게 해주는 판결을 내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메드임뮨이라는 생명공학회사가 지넨테크라는 제약회사를 상대로 지난 2003년 제기한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이다. 메드임뮨은 지넨테크와 영국 생명공학회사인 셀테크 간 계약이 독점금지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미 연방법원은 특허가 비록 부당하더라도 메드임뮨이 지넨테크에 특허사용료를 계속 지급하는 이상 이 회사를 제소할 권리가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기각했다.
그러나 미 대법원은 메드임뮨이 호흡기질환 치료제 시나기스(Synagis) 개발을 위해 지넨테크에 기술사용료를 계속 지급하더라도 이 회사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특허사용 회사가 특허사용 계약을 침해하지 않고서도 해당 특허권에 도전, 제소할 수 있다는 것으로 도전하는 쪽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번 판결은 미국에서 불량특허가 남발돼 기업의 기술혁신 노력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을 두고 미 정부·재계·학계에서 논쟁이 뜨거운 상황에서 나와 기업들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특허소송이나 기존 특허를 무효화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특허보유 기업들이 소기업의 도전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려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편 폴 클레멘트 미 법무차관은 “일부 특허는 효용가치가 없어졌다”며 “미국 경제에서 이런 특허들을 추방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