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클릭 한번만으로 구글의 모바일 검색 사이트를 열어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구글폰과 차세대 DVD 콤보 플레이어, 와이브로 등 새로운 기술로 탄생시킨 신제품을 선보여 참관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또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애플이 ‘아이폰’을 선보여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이팟과 휴대폰을 합친 신개념의 아이폰은 새로운 미래환경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관람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특히 디지털 휴대전화 기능뿐 아니라 MP3 파일 재생, 동영상 재생, 위치정보시스템(GPS), 디지털카메라 등을 모두 갖추고 있으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편리한 유저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아이폰을 보면서 바야흐로 컨버전스 시대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폰은 서비스와 서비스, 장비와 장비 간의 융합이 세계 IT의 주류임을 입증했다. 또 전 세계 많은 통신장비업체가 하나의 단말기에서 더 많은 서비스와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골라서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아울러 CES는 컨버전스 서비스와 장비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GNP를 끌어올리는 신산업이자, 밋밋한 성장곡선을 재상승시킬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컨버전스 시장의 급속한 팽창과 블루오션의 도래를 예감하게 하는 이번 CES 및 아이폰 출시는 또한 우리나라의 IT산업의 현주소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줬다.
실제로 우리는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던 CDMA·ADSL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세계적인 상품으로 발전시켰고 HSDPA를 앞세운 3세대 이동통신, IPTV서비스의 전단계인 ‘하나TV’에서도 볼 수 있듯이 컨버전스 산업 분야에서도 세계가 놀랄 정도의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우리 기업이 내놓은 제품보다는 외국 전시회에서 유명 기업이 선보인 제품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는 듯하다. 이는 우리 기업이 아직까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제도·환경이 뒷받침하지 못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술과 상품이 있어도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어 주도권을 빼앗기는 사례도 가끔 발생한다. 특히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선입관적인 부작용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 이의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과거의 경험은 제도마련 시점 예측조차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 같은 환경은 분명 세계 유수의 기업과 국가가 새로운 먹거리인 컨버전스 서비스 및 장비개발에 매진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문제 해결에는 많은 해법이 있겠지만 최우선 과제로 과감한 혁신을 꼽고 싶다.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모 대기업 총수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한다’고 일갈했듯이 국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이 글로벌 컨버전스 시대에 생존을 위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변신의 시도가 필수다.
특히 유연한 사고가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남들과 똑같은 생각으로는 결코 세계 최고가 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인적자원을 빼면 특별히 풍부한 자원이 없는 국가는 차별화된 사고로 세계 최초의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경쟁력을 갖는다. 세계 IT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인 빌 게이츠는 이번 CES에서 PC와 TV의 융합을 특히 강조했다. 현재 분리돼 있는 PC와 TV가 하나의 단말기로 재탄생되고 이 장비가 미래 가정용 대표 홈미디어로 자리 매김할 것을 역설했다.
미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가꾸어 온 IT산업을 한층 더 발전시키고 주도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진하 하나로텔레콤 하나TV사업부문 부사장 danielkim@hana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