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6년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했다. 타임은 ‘당신’을 뽑은 이유로 신문과 방송 등 기존의 언론을 제치고 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 개인 블로그 ‘마이스페이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등을 통해 전 세계 여론을 리드하고 디지털 민주주의를 확산시킨 점을 꼽았다. 바야흐로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이 정보화 시대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급속한 변화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고, 또 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IT업계다. 전 세계의 수많은 IT기업은 사용자인 고객 중심의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제품의 기획 과정에 고객을 참가시키는 등 제한적인 수준의 고객참여는 이루어져 왔다. 이제는 개방형 서비스 구조를 기반으로 고객의 꿈과 아이디어를 새로운 가치로 전환하려는 한층 높은 수준의 고객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상당수 기업이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최적화된 서비스와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해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OA)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또 웹2.0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가고 있는 구글 역시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와 인간 중심적인 서비스 철학으로 디지털 민주주의 구현의 또 다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는 ‘필드 이노베이션(Field Innovation)’이라는 용어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필드 이노베이션이란 현장의 사용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혁신을 이루어 나가는 것을 뜻한다. 사용자 중심의 현장경영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한 사례가 바로 도요타 자동차다. 순이익 1조엔을 돌파해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우뚝 성장시킨 도요타의 오노 다이치는 현장에서 일하며 언제나 모든 것을 철저하게 현장에서 바라보고 생각한 사람으로, 그 누구보다 현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던 현장경영의 달인이었다. 오노 다이치가 주창한 도요타 생산방식인 TPS는 미국이나 유럽 기업 사이에서도 유행해 생산성 향상의 세계 표준화에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타 기업이 TPS를 그대로 채택한다고 해도 꼭 성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현장에서 상사나 부하직원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작업방법과 개선, 탈상식의 의식혁명, 경제상황에 따른 현장운용 등 업무의 능률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현장에서의 업무방법을 개선한 도요타의 혁신 DNA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필드 이노베이션의 핵심이다. 기업의 각 현장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사용자가 자신의 일의 개선 요소를 찾아내서(sense),어떻게 개선할지를 해석하고(interpret), 경영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는 관점에서 의사 결정(decide)한 후, 바로 실행하는 것(act), 이 네 가지 과정의 끊임없는 반복으로 새로운 경영혁신이 창출되는 것이다.
IT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는 SOA나 구글의 웹2.0 그리고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 현장경영의 가장 큰 공통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공급자가 아니라 사용자가, 바로 당신이 이 시대의 새로운 주인공으로서 현장의 개혁을 리드하는 필드 이노베이션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이 기업 가치창출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지금, 개혁을 주도하고 끊임없는 변화를 모색하는 당신. 진정한 필드 이노베이션의 구현을 위해 당신은 꾸준한 자기계발을 통해, 당신이 해야 할 일 그리고 당신의 요구사항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한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안경수, 日 후지쯔 亞太 총대표·한국후지쯔 회장 ksahn@fujits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