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기술력과 기발한 사업 아이템 그리고 아이디어는 있는데 이를 구체화하고 사업으로 연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기술을 직접 개발한 연구자들의 경우 기술력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사업화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래서 상당수 기술이 사업화로 연결되지 못하고 중도에서 포기되거나 성공하지 못한다. 특히 첨단기술을 이용한 창업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성공률이 10%가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열에 아홉이 성공하지 못한다.
지난 30여년간 한국 과학기술의 메카로서 우리나라 이공계 박사급 10%를 포함해 약 3만명의 고급기술인력이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는 이제 연구개발 기능에 비즈니스를 접목한 ‘기술의 사업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한 예로 대덕특구에 있는 공공연구기관들은 보유 기술을 출자해 ‘연구소기업’을 설립할 수 있게 됐는데, 이미 원자력연구소가 설립을 마치고 현재 10여개의 연구소가 설립을 준비 중이다.
상당수 연구개발자가 특허와 라이선싱 등 기업으로의 기술 이전뿐만 아니라 자기가 개발한 기술로 직접 사업을 하는 벤처기업가로서의 ‘꿈’을 갖고 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90년대 말 벤처열기 속에서 창업한 대다수가 실패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이들은 과거와는 달리 신중해졌다. 철저한 준비와 교육, 전문가들의 조언과 정보 교류 및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조심스럽게 사업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 가운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예비창업자나 창업 초기 기업인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대덕 하이업(High-up:High technology start-up) 프로그램이다.
대덕 하이업은 기존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는 달리 경쟁력있는 예비 창업자를 선발해 기업가 정신을 함양시키고 제품 개발, 마케팅, 기업 공개 및 M&A 등 성장단계별 장애요인을 국내 최고의 현장 전문가와 함께 분석·진단한 후 참가자가 직접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하는 선진국형 지원시스템이다. 글로벌 마켓 진출을 목적으로 스타기업 육성을 지향하는 대덕 하이업 프로그램의 대상자는 철저한 사전 발굴 시스템에 따라 선정되며 전문가들의 분석과 진단에 의해 3개월간의 맞춤형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시도한 하이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한국원자력연구소 출신 연구원 등 4명의 예비창업자가 창업에 성공한 것을 들 수 있다.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 기회를 모색 중이던 KAIST 석사 졸업생은 하이업 과정 중 사업계획 발표회를 통해 즉석에서 초기 사업자금(5000만원)을 확보, 지난해 인터넷 비즈니스 회사를 설립하고 현재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개시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하이업 프로그램의 성공요인을 성공 가능성이 큰 유망한 사업가 선정, 최고 현장 전문가들의 맞춤형 지도, 기업인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한 효율적 기법 도입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외에도 프로그램 간 연계 및 네트워크 활용의 극대화, 지역 내 혁신 주체 간 성공적 협력 시스템도 성공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분야의 기술벤처창업 현장전문가들을 확보해 하이업의 전문 코치로 임명하고 참가기업의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 전문가와 연결시켜 주는 맞춤형 지원으로 커넥터 및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점도 성공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기술사업화 촉진을 목적으로 기술과 사람, 자본을 연결하기 위한 대덕 커넥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수행된 대덕 하이업이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연계 프로그램까지 제공함으로써 기술창업 및 기업성공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공로로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는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주관의 제3회 대한민국지역혁신박람회 개막식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대덕특구의 기술과 사람, 자본을 연결하는 커넥션과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높은 이상과 꿈을 지향하는 대덕 하이업 프로그램이라는 노둣돌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세계 무대로 뻗어가는 지침이 되고 있다.
◆박인철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이사장 inchulp@ddinnopoli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