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는 이번 주부터 ‘글로벌 IT 이슈 진단’ 기획을 신설합니다. 매주 수요일에 연재되는 이 코너에서는 전 세계 IT와 전자업계의 시장과 마케팅·기술 추이를 포함한 주요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또 반도체·통신·인터넷 등 이미 IT 선진국 수준에 오른 국내 주요 산업과 전 세계 기술과 시장 트렌드를 결합한 심층적인 분석과 정보를 전달할 계획입니다. 국내와 해외 CEO 지상 토론, 해외 주요 석학과 대담 등 다양한 기획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지난 한 해 IT업계를 달군 키워드를 꼽으라면 웹2.0 시대 총아로 불리는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였다. UCC 덕분에 수 많은 동영상 사이트가 ‘스타’로 부상했다. UCC와 맞물려 가장 주목을 받은 서비스를 꼽으라면 인맥 구축(Social networking) 사이트인 ‘SNS’를 빼놓을 수 없다. 친구라는 개념 자체를 바꾸어 놓은 SNS는 불과 몇 년 만에 정보화 사회를 이해하는 코드로 자리잡았다. 이제 SNS는 웹에서 모바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 인맥 사이트의 원조 ‘싸이월드’
지인을 만들기 위해, 인맥을 쌓기 위해 아직도 전화기를 찾는다면 구세대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다. 인터넷이 만병통치인 시대, 당연히 인맥 구축 방법도 바뀔 수 밖에 없다. 이를 정확하게 파고든 서비스가 바로 SNS다. SNS는 네티즌끼리 사진·일기·각종 메시지·블로그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버 세상의 사교 공간이다.
사이버 인맥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업체가 바로 ‘싸이월드’다. 싸이월드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맥 구축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보다 무려 4년이나 앞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합병되면서 ‘2세대 싸이월드’를 선언했지만 처음 사이트가 열린 시점은 99년 9월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인맥 사이트인 미국 마이스페이스보다 무려 3년 이상이 앞섰다. 결국 싸이월드가 전 세계 인맥 사이트의 원조인 셈이다.
싸이월드는 SK에 인수될 당시인 지난 2003년 회원 수가 250만명에 불과했다. 이후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면서 2년 만에 1500만명, 지금은 20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월 평균 200억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대표 서비스 하나인 ‘사진첩’에는 1일 평균 700만장 이상의 사진 자료가 올라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싸이월드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브랜드가 상승했다. 지난해부터는 중국·미국·독일 등 해외 시장을 적극 노크하며 전 세계에 ‘싸이 왕국’ 구축에 시동을 건 상태다.
#‘마이스페이스’에서 ‘믹스’· ‘큐존’까지
한국에 싸이월드가 있다면 미국에는 ‘마이스페이스’가 있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 ‘믹시’, 중국 큐존 등 각 나라의 독특한 문화 차이 때문인지 이미 그 나라를 대표하는 간판 사이트가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미국판 싸이월드’로 통하는 마이스페이스가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2005년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인수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마이스페이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입자가 1억3000만명을 기록하고 한 달 평균 페이지뷰 400억건에 달했다. AP는 “설립된 지 3년 남짓한 마이스페이스 트래픽이 구글의 2.5배에 이른다”며 ‘마이스페이스 세대’까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마이스페이스는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버전을 준비 중이다.
일본 SNS의 대명사는 ‘믹시(mixi)’다. 지난 2004년 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믹시는 서비스 2년 만에 회원 570만명을 넘으며 일본 인맥 사이트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 도쿄 증시에 상장될 당시 ‘믹시 쇼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데뷔했다. 인터넷 조사업체 넷레이팅스에 따르면 믹시는 지난해 8월 웹사이트 페이지뷰에서 2위로 껑충 뛰어 오르며 1위인 야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밖에 인터넷 강국을 꿈꾸는 중국에서는 ‘큐존(qzone)’이 인맥 구축 사이트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 성공 비결은 ‘개인화’와 ‘개방성’
각 나라 SNS 성공 비결은 먼저 독특한 문화를 반영했다는 점이다. 싸이월드는 친인척 관계를 포함한 ‘정’ 문화에 익숙한 국내 현실을 감안해 ‘일촌(一寸)’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성공했다. 합리적인 사고 방식이 지배하는 미국 마이스페이스는 이용자 학력· 연봉까지 상세히 공개하도록 유도한 점이 주효했다. 중국 큐존은 참견하기 좋아하는 중국 사람의 감성을 자극해 유독 댓글 서비스가 강하다. 일본 믹스는 사생활 공개보다는 스타나 애완동물 등 취미와 관심사 위주의 콘테츠를 개발해 마니아 층을 공략했다.
여기에 이들 사이트는 공통적으로는 ‘개인’을 겨냥한 서비스를 강화했다. 마이스페이스는 자기 취향대로 레이아웃과 배경색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싸이월드도 ‘도토리’를 통해 나만의 사이버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인터넷 특징의 하나인 개방성도 한 몫했다. 다른 사이트에 저장돼 있는 사진· 음악·동영상을 손쉽게 통합할 수 있다. 마이스페이스 경우는 다른 사람과 자유롭게 프로필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커뮤니티를 유도했다.
◆이동통신 서비스 대세
지난해 말 미국 1위 이동통신 사업자 싱귤러는 마이스페이스와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공동으로 휴대폰을 통해 사진 게재·e메일 송수신·친구찾기·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당시 ‘싱귤러’와 ‘마이스페이스’라는 브랜드만으로 두 회사 제휴는 화제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싱귤러가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 가운데 처음으로 마이스페이스를 서비스하게 됐다고 전하고 이번 제휴가 유선과 모바일의 인터넷 경계를 허무는 시금석이라고 평가했다.
웹2.0 선두 주자인 SNS가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모바일 2.0’ 시대를 여는 선봉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모바일 SNS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대세로 굳어졌다. 미국에서는 싱귤러에 앞서 힐리오가 처음으로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과 미국 어스링크가 합작해 설립한 힐리오는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이스페이스에 이어 점유율 2위를 달리는 페이스북도 지난해 봄부터 싱귤러·버라이즌·스프린트 등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와 제휴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이미 싸이월드를 휴대폰으로 옮긴 ‘모바일 싸이월드’가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해 월 평균 이용자가 70만명을 돌파했다.
시장조사 업체 ABI리서치는 전 세계 모바일 SNS 이용자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5000만명에 이르며 2011년께에는 1억7400만명에 이를 전망이라고 밝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회사 클린트 위록 부사장은 “마이스페이스·페이스북과 같은 SNS 등장은 21세기 ‘친구’ 개념을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네트워킹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며 “SNS는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점차 기반을 옮기면서 이용자 층도 넓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SNS의 그늘
SNS는 웹2.0 시대 총아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지만 ‘그늘’도 있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저작권 문제. 인터넷 이용자라면 누구나 블로그나 미니 홈페이지를 통해 자유롭게 콘텐츠를 올리고 이를 공유해 콘텐츠 저작권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일부 콘텐츠 업체는 마이스페이스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유니버설은 마이스페이스를 저작권 있는 음악·비디오 콘텐츠를 무단으로 유포한 혐의로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제소해 법정 공방을 앞두고 있다. 유니버설과 마이스페이스는 한때 라이선스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유니버설 측이 이전에 마이스페이스에 올라왔던 콘텐츠에 보상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유니버설 측은 마이스페이스가 자신의 콘텐츠를 이용해 수백만달러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마이스페이스도 이를 의식해 저작권 방지 기술을 도입하는 등 저작권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저작권 문제 외에도 일각에서는 이들 사이트가 ‘1인 미디어’라는 점을 활용해 원조 교제나 불법 음란물 유통 경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실제 지난해 초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11살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지려한 남성이 체포됐으며 10대 살인 사건 공모자 등 일부 범죄자들이 이 사이트를 통해 오프라인 만남을 가져 문제가 됐다. 미국 시민단체를 비롯해 사회 여론이 악화되자 마이스페이스는 사이트 가입 연령을 14세 이상으로 제한했으며 기존 가입자도 13세 미만 미성년자 계정은 폐지했다. 하지만 사진·프로필 등을 올려놓고 채팅을 하는 것에 대해선 아무런 제재가 없어 여전히 악용될 소지는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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