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특허 왕국` IBM 유감

 최근 가장 흥미를 끈 뉴스는 ‘특허 왕국’ IBM에 관한 얘기다. 미국 특허청(USTPO) 발표에 따르면 IBM은 지난해 특허 등록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것도 2위 삼성전자와 ‘압도적인’ 건수 차이로 수위를 차지했다. 무려 1200건 이상 격차가 난다. 2위와 10위 마이크론의 특허 건수 차이는 800건 정도다. 불과 한 단계 아래인 2위 업체와 무려 1000건 이상 격차를 벌려놓은 IBM은 ‘특허 괴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IBM은 무려 14년 동안 굳건히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특허 공룡 IBM을 어떻게 봐야 할까. 지식재산권(IP)이 날로 중요해지는 정보화 시대에 특허는 무조건 많이 갖고 있는 게 상책일까. 복잡하게 사고할 필요가 없다. 작지만 그나마 주머니에 있는 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게다가 산업계에서 특허가 곧 기술과 상품의 경쟁력일 정도로 중요하다. 경쟁업체를 압박하지 않더라도 시장과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방어용 카드로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

 하지만 IBM은 좀 다르다. IBM은 주지하다시피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서비스로 빠르게 사업 모델을 바꿔 가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서비스와 컨설팅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특허 ‘톱10’에 포함된 삼성전자·캐논·인텔·소니 등과 다르다. 이들 기업은 독점 기술이 비즈니스 성패를 가르는 하드웨어 쪽에서 경쟁하고 있다. 실제로 특허 등록 상위 10개 업체를 찬찬히 들춰보면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불릴 만한 업체는 IBM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 세계 소프트웨어 기술의 큰 흐름 중 하나는 ‘오픈 소스’다. 오픈 소스의 전제는 개방과 공개다. 선·오라클 등 대부분의 기업은 이미 오픈 소스 진영과 적극적으로 제휴하고 있다. 심지어 IBM도 공개적으로 리눅스를 지원한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특허 600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를 포함해 지금까지 IBM의 행보를 보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오픈 소스라는 대세를 인정하면서 한쪽에서는 여전히 폐쇄적인 특허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IT기업의 맏형 격인 IBM의 이런 모습은 당연히 소프트웨어 업계 전체에도 도움이 될 리 없다. IBM의 폐쇄적인 특허 정책이 행여나 ‘제 발등을 찍는 행위’가 아니기를 바랄 따름이다.

강병준기자·글로벌팀@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