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권 IT투자 불씨를 살리자

 내년 하반기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자본시장통합법으로 인해 새로운 IT수요가 창출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연초부터 제조업체의 투자축소 및 보류 등으로 올 한 해 역시 내수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 속에서 나온 모처럼 만의 반가운 이야기다. 벌써 일부 증권사나 보험사에서는 이에 맞춘 신규서비스와 함께 IT인프라의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금융기관의 대형화와 전문화를 촉진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금융상품이 등장하게 된다. 금융회사의 잘못에 따른 투자자의 손해 배상도 한층 강화된다. 이를 구체적인 사업과 연계하려면 당연히 IT인프라 구축이 전제가 된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구체적 내용을 담은 파생상품 모델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이후 IT투자 열기가 본격적으로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T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내년 상반기까지 수천억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제1금융권에 이어 제2금융기관 대부분이 이와는 별도로 차세대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른 IT인프라 구축은 올해 IT시장의 최대 이슈가 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IT기업은 모처럼 만에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 과거 바젤Ⅱ나 사베인스옥슬리법 도입 등으로 IT 신규수요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대부분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던 사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IT기업이 수요창출에 급급해 과도한 위기설을 유포하고 과잉마케팅을 펼치면서 수요자가 외면했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예전처럼 괜히 IT업체만 배를 불리는 게 아니냐는 수요자의 우려 섞인 시선을 불식시키는 게 급선무다. 따라서 자본시장통합법 이후 경쟁력의 차이는 IT인프라에 달려 있다는 공감대가 수요자인 금융기관 사이에 형성될 수 있도록 공동의 대응노력이 필요하다. IT기업이 외국의 사례를 거울 삼아 선진기법도입 등을 통해 새로운 금융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지원한다면 국내 금융기관의 경쟁력도 한층 높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른 가장 큰 수혜자인 IT서비스 업체는 이번 기회를 취약한 컨설팅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세계적인 IT서비스 기업이나 컴퓨팅 기업은 이미 사업의 핵심을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판매에서 컨설팅 위주로 재편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창출되는 IT시장은 국산SW를 금융기관에 본격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신뢰성과 안정성이 가장 우선시되는 금융기관에서는 아직도 국산SW의 입지가 매우 취약하다. 이번 기회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국산SW의 성가를 한층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IT서비스 업체와 전문업체 간 공조가 필수다. 금융권의 빅뱅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이 IT시장의 빅뱅도 가져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