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SW산업을 위한 서비스모델

[ET단상]SW산업을 위한 서비스모델

‘유항산 유항심(有恒産 有恒心).’

 끊임없는 산출이 있어서 마음을 지킬 수 있다는 고사성어다. 안정적인 수익원의 중요성을 압축한 말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이든 가계든 생활에는 안정성이 확보돼야 한다. 장기적인 비전을 향해 체계적으로 나아가는 기업과 그달 월급 주기에 급급한 기업을 가르는 것은 결국 안정적인 수익원의 창출 여부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달에 줄 월급이 없는데 10년 후의 청사진을 구상하고 있는 CEO가 있다면 대책 없는 몽상가이거나 무책임한 사람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이렇게 중요한 유항산은 바로 서비스 모델과 직결된다.

 서비스는 제품을 포함한 상위개념인 ‘문제해결’을 판매하는 것이며 단발성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고객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제품의 수명주기가 아닌 고객의 평생주기 동안 지속되는 판매가 고객관계관리(CRM)의 요체이며 서비스 모델은 바로, 이 CRM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 서비스 모델을 확보하면 안정적인 수익 위에서 세계적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서비스사업 모델은 또한, 기업의 인원 수를 결정한다. 인력은 매월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인 만큼 기업경영에서 큰 부담이다. 안정적인 수익원이 확보되면 기업의 인원 역시 안정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서비스 모델은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IBM은 더는 하드웨어 기업이 아니라 서비스 기업임을 천명하고 있으며 의료기기, 항공기엔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GE마저 서비스와 6시그마를 우렁차게 외쳤다. GE의 잭 웰치는 ‘좋은 제품 없이는 좋은 서비스도 없다’고 크게 꾸짖은 바 있다. 잭 웰치의 말대로 서비스는 좋은 솔루션을 가진 기업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좋은 솔루션이 있어야 좋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며 훌륭한 서비스 역량은 오랜 기간 동안,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쌓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밑바닥에서 처절한 고통을 통해서 성장한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은 위기관리 능력이 만 배쯤 차이가 난다. 그 고통을 통해 고객지향 정신, 문제 해결능력으로 무장돼 왔기 때문이다. 독자적으로 성장하면서 시장을 견인해온 강한 기업이라면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기반이 갖추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소만사는 97년 창립, 10년 동안 200억원 이상의 SW패키지 라이선스를 판매해왔으며 9년 이상 업그레이드된 솔루션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갈고 닦아온 고객지향 정신과 문제 해결능력을 축적하고 있다. 10년간 400여 고객을 섬기며 배운 서비스 노하우는 순수 국내 솔루션업체로서는 쉽게 가질 수 없는 자산이다. 그런데도 SW회사의 서비스모델인 SW 유지보수비는 채 6억원이 되지 않는다. 10년 동안 매출이 지속 성장했지만 서비스 모델은 확보하지 못했기에 3∼4개월 동안 신규판매가 없을 때는 그 다음 월급걱정을 해야 한다. 고작, 3개월이 10년을 뒤흔들 정도로 경영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는 유지보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부족이 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유지보수 정책이 미국 본사 방침으로 내려오면 받아들여도, 한국솔루션기업이 유지보수 비용을 요구하면 대표이사를 소환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아직까지 국내의 현실이다.

 아무리 건강하게 태어나도 관리하지 못하면 탈이 나게 돼 있다. SW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지식사회에서 보안SW는 기업생존에 직결된다. 그중에서도 변화무쌍한 한국 네트워크환경에서 작동하는 네트워크보안 솔루션이라면 주기적 업데이트와 유지보수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제값을 주는 유지보수 서비스는 고객에게나 솔루션기업에나 이익이 되는 일이다. 현재로서는, 유지보수 서비스 모델 부재로 인해 상위 1%의 SW기업조차 운영기반은 미완의 상태며 매출이 좋아도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다. 서비스 모델은 세계적 흐름이며 기업안정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한국 SW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핵심 축이 될 것이다. 그동안의 고통을 딛고 2007년은 유지보수 서비스 모델의 새로운 해가 뜰 것으로 믿는다. 서비스 모델에는 좋은 고객이 필수이며, 좋은 고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환 소만사 사장 kdh@soman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