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전자 생활가전의 운명

 “이제는 이 간판도 사라질 운명이네요.”

 삼성전자가 대규모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17일, 삼성전자 생활가전(DA)총괄이 위치한 수원 사업장. ‘DA총괄’ 명칭이 쓰인 푯말을 보며 한 직원이 건넨 말이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는 이현봉 DA 사장을 서남아총괄 사장으로 전보하고 후임을 발령하지 않았다.

 이제 삼성전자 내에서 생활가전 부문은 ‘총괄조직’으로서의 위상을 잃고 ‘정보가전사업부’ 등의 형태로 유지되거나 디지털미디어(DM) 총괄 등에 흡수될 절차만을 기다리고 있다. 위상 격하에 따른 사업부 축소와 대대적인 인원 재배치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삼성 DA 총괄의 향배는 인사에 앞서 열린 2007년 삼성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에서도 일찌감치 감지됐다. 통상 한 해 가전 시장 공략의 포문을 여는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장이었지만 이날 분위기는 다소 무거웠다. 총괄 사장은 불참했고 수익성 개선을 묻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그리 시원스럽지 못했다.

 LG전자가 ‘2010년 글로벌 넘버원 가전기업’이라는 장밋빛 비전을 제시하면서 떠들썩하게 에어컨 발표회를 치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성과 위주로 단행된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DA의 처지를 보며 가전 업계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외부 여건이 악화되는 가전 업계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LG전자보다 뒤늦게 가전 사업에 눈을 돌린 삼성전자는 DA 부문에 적지않은 공을 들였다.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도 늦게 시작한 만큼 디자인 혁신과 기술개발, 마케팅 측면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말에는 매킨지컨설팅으로부터 생존 전략을 컨설팅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 세계 가전 업계에 악영향을 미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동종 업계의 경쟁 격화라는 현실에 떠밀려 결국 조직 축소라는 운명을 맞이했다.

 가전 3사의 일원으로 명성을 날리던 대우일렉의 M&A가 순탄치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가전기업을 꿈꾸며 적지 않은 노력을 투입한 삼성전자 DA 부문의 이 같은 상황은 결코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이 이번 인사로 인한 아픔을 딛고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로 간단없는 해외 시장 개척의 힘을 축적하길 바란다.

김유경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