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비즈니스, 총소유비용(TCO)을 줄여라’
디지털 프린터 복합기가 기업의 생산성 혁신 도구로 떠올랐다. 비즈니스에 필수적인 프린터와 복사기·팩스 등의 주요 기능을 하나에 통합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원격 관리하는 새로운 프린팅 문화가 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프린터와 복합기는 더 이상 총무팀이 구매하는 단순 소모품이 아니다.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가 생산성을 혁신하기 위해 IT를 기반으로 업무 프로세서를 설계하는 인프라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TCO를 줄이는 것이 업계의 특명 과제로 떨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HP·한국IBM·삼성전자·신도리코·후지제록스프린터스 등 주요 프린터·복합기업체는 올해 경쟁의 접점을 기업용 솔루션 비즈니스에서 찾기로 했다. 기업 고객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여러 대의 프린터를 연결하거나 하나의 복합기로 대체해 자원을 집약적으로 활용하고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요구하는만큼 이에 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프린터업체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1000여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중소 기업의 상당수가 적게는 300대에서 많게는 800대 정도의 프린터와 복사기·팩스 등을 보유하고 있다. 즉 4∼5명에 한대 꼴로 공유 프린터를, 20여명에 한대 꼴로 복사기와 팩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기기를 관리하는 비용에다 용지와 잉크, 토너 등의 소모품까지 고려한다면 기기 값보다는 유지 비용이 몇 배로 많아지기 일쑤다. 각 부서와 팀별로 기기가 분산돼 있어 관리도 안 되고 소모품이 떨어져도 즉시 대응하기 어려워 기업의 생산성 하락의 주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디지털 복합기와 솔루션 비즈니스. 기존에는 프린터와 복사기, 팩스 제조업체가 각자의 영역에서 단일 제품을 파는 데 주력해왔다면 이제는 고성능의 디지털 복합기를 바탕으로 고객의 업무 프로세스를 파악해 최적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컨설팅 서비스가 새로운 경쟁 포인트가 되고 있다. 물류가 중요한 고객에게는 바코드나 전자태그(RFID) 기능을 추가해주는가 하면, 청구서를 대량으로 출력해야 하는 고객에게는 라인프린터를 제안하기도 한다. 업무 환경이 네트워크 인프라가 비교적 잘 구축돼 있는 기업은 IT시스템과 복합기를 연계해 원격 출력, 문서 관리, 보안 기능 부여 등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구매를 유도한다.
덕분에 주력 제품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업시장에는 빠른 속도와 높은 인쇄 품질을 갖춘 레이저 프린터와 레이저 프린터 기반의 복합기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레이저 복합기는 2004년도 9만대에 머물렀던 것이 지난해에는 15만대, 내년에는 25만대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에는 컬러레이저 프린터와 복합기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프레젠테이션 중심의 회의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별도의 보고서는 가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컬러 출력이 확산되고 있고 소모품 가격의 하락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덕분에 컬러레이저 프린터는 연평균 2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올해도 비슷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컬러레이저 복합기도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기술 혁신도 이뤄진다. 레이저 빔 등 엔진 기술의 혁신은 물론이고 헤드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종이를 움직여 초당 1장의 초고속 출력이 가능한 기술이 개발돼 3월께는 상용화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업력. 기업 시장 공략을 위해 영업 조직과 인력을 대거 보강했다. 특히 보험사·은행 등 금융권 대형 고객과 중소기업(SMB)을 겨냥한 시스템 수주 및 컨설팅 인력을 충원하고 조직을 갖췄다.
한국HP의 경우, 알리안츠생명·외환은행·광주은행 등 지난해 금융권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도 통합출력관리서비스(MPS)를 통해 연말까지 추가로 10개의 고객을 발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금융 업무의 프로세스를 잘 아는 컨설팅 전문가와 IT전문가, 현장 대응이 가능한 실무자들로 팀을 구성, 금융권과 대기업을 집중 공략한다. 삼성전자는 중·고속 레이저 복합기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IT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인지도를 제고할 계획이다. 한국IBM은 서버에서부터 스토리지, 프린터와 복합기 등 비즈니스에 필요한 하드웨어 인프라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와 컨설팅 비즈니스까지 종합적으로 제공한다는 전략으로 영업력을 제고할 계획이다. 신도리코는 복사기 시장에서 구축한 신뢰도를 바탕으로 새롭게 출시한 디지털 복합기 ‘논스톱’을 내세워 사무 환경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솔루션 업체로 변신한다는 전략이다.
조태원 한국HP 디지털이미징그룹 부사장은“기업 프린팅 솔루션 시장은 보안과 통합 관리, TCO 절감 등을 원하는 고객들의 요구가 맞물려 꾸준하게 성장할 것”이라면서 “지난 한 해 동안은 전략 제품과 조직 갖추기에 집중해왔다면 올해는 실제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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