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브랜드는 없다(?)

 일본에 가면 습관처럼 들르는 빅(Big)카메라와 요도바시카메라. 우리나라의 전자랜드·하이마트 같은 가전·IT전문 대형 유통 매장이다. 1층 매장입구에 진치고 있는 것은 휴대폰 등 이동통신단말기 관련 제품이다.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디지털카메라, 디지털캠코더 코너가 손님들의 발길을 잡는다. 지름신의 유혹을 간신히 뿌리치고 찾은 곳은 AV·가전코너. 2∼3년 전 만에도 이 코너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각종 프로젝션 TV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그 자리는 이미 LCD TV가 차지했다. PDP TV도 LCD TV에 살짝 밀리는 형국이다. TV의 트렌드는 이미 LCD TV로 기울어진 듯하다. 전시돼 있는 제품들은 대부분 40∼42인치이다. LCD TV 40∼42인치 제품군이 요즘 TV시장의 트렌드임이 감지된다.

 브랜드를 둘러봤다. 소니와 샤프 제품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일본 한복판인 도쿄라지만 세계 평판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는 우리나라 대표주자들의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매장 직원을 붙들고 물어보고 나서야 국산 브랜드를 가진 제품을 찾을 수 있었다. 약간 후미진 곳에 그것도 40인치나 42인치 제품이 아닌 30인치대 제품이다.

 일본 제품이 40인치대 시장을 주름잡는 동안 국산 제품은 틈새 수요를 노린다는 것일까. 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국산 LCD TV를 일본 대형 가전유통 매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울까. 최근 HS코드 4자리 기준으로 디스플레이 관련 품목의 대일 수출이 전년도에 비해 1000%나 늘어났다고 하는데 왜 일본의 대형 가전·IT 유통매장에서 국산 제품을 보기 힘들까.

 답은 제품의 브랜드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본 주력제품들 안에 드러나보이지 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소니가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는 LCD TV인 ‘브라비아’의 핵심 부품인 LCD는 삼성과 소니의 합작사인 S-LCD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일본에서는 브라비아의 LCD를 최고로 친다고 한다.

  KOTRA 도쿄 무역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전자·IT 관련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지만 아직 우리나라 브랜드로 일본 시장을 뚫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기술수준은 선두권으로 올라섰지만 일본 시장에서 정작 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주체가 누구인지 모르는 건 왜일까.

도쿄(일본)=주문정기자·정책팀@전자신문,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