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국내 주요 기업의 총 설비투자가 작년 대비 6.8% 증가한 56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 2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올해 IT업종별 설비투자 전망이지만 분야에 따라 금액이 증감할 것으로 조사됐다. 가전 분야는 작년보다 86.2% 증가하고 중전기기와 정보통신 분야도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대규모 투자를 했던 디스플레이는 지난해에 비해 42.7% 줄었고 반도체는 1.1%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부문별로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설비투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은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더욱이 올해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치권과 정부가 경제 살리기보다는 경제외적인 문제에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은 기업들이 대규모 설비투자를 꺼리는 요인 중 하나라고 본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정부와 경제연구소 등은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4%대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설비투자가 부진하면 앞으로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제 회생도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신성장동력 육성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점에서 걱정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을 통해 투자확대를 유도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왕이면 서둘러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기업들의 투자여력은 충분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기업의 기를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가 구호에 그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산업자원부와 산업기술재단이 세계 일류상품생산기업으로 선정된 기업 중 8곳을 대상으로 성공요인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성공요인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시장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 그리고 혁신적인 기업가 등이었다고 한다. 바로 이런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IT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아 기업이 IT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설비투자 확대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러자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최근 하이닉스 사태를 보면 안타깝다. 기업이 투자를 하겠다고 하는데 정책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수용 여부를 미루기만 한다고 해서 해결될 성질의 일이 아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를 유도하려면 정부가 투자 여건을 조성해주고 투자 의욕을 북돋워주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기업의 애로사항을 즉시 처리해야 한다. 기업들 보고 투자를 확대하라고 재촉하기 전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우리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또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도 더 완화해야 한다. 아울러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기업가 정신으로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드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