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생산방식’이라는 말이 있다.
세계의 많은 제조업체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다. 도요타는 이 독특한 생산방식에 힘입어 일본 최대의 자동차 업체에서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로 뛰어올랐다. 도요타의 경영방침 근간에 재고를 최소화해서 필요할 때,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만큼만 생산한다는 ‘저스트 인 타임(JIT:Just In Time)’ 시스템과 함께 이 자동화(自働化)라는 원칙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자동화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동화와는 다르다. 도요타의 자동화는 단순히 기계화의 의미를 가진 ‘自動化’의 움직일 ‘동(動)’ 자 대신 사람 ‘인(人)’ 변을 붙인 점이 색다르다.
도요타의 자동화는 도요타의 창업자인 도요타 사키치가 개발한 자동 직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으로 직접 짜는 방식에서 자동으로 기계가 짜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속도는 향상됐다. 하지만 날실이 끊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해도 기계가 계속 작동해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개발한 게 날실이 끊어지거나 씨실이 없어지면 기계가 멈추도록 하는 장치다. 도요타는 이 장치를 ‘사람처럼 작동하는 자동기계’라고 한다. 도요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자동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켜 작업자가 있는 라인에도 적용했다. 이상을 발견하면 작업자가 직접 라인을 멈출 수 있는 스톱 스위치를 만든 것이다.
도요타자동차와 관련한 경영지침서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와 있다. 책들은 하나같이 ‘사람을 중심에 둔 라인’이라는 표현을 한다. 인간과 기계의 공존과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도요타는 이 같은 생산방식으로 세계 최고의 자동차 업체가 돼가고 있다.
최근 일본 나고야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 생산방식이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실제로 생산라인에 투입돼 있는 사람 대부분은 비정규직이었고 회사에서 만든 업무 매뉴얼에 철저히 맞춰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표현은 아니었지만 듣기에는 라인에서 일하는 직원은 회사에서 지정하는 범위에서만 일을 하는 ‘로봇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자동화의 ‘動’ 자에 ‘人’ 변을 붙인 이유였을까.
주문정 차장·정책팀,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