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지난해 11월 출범한 최문기 원장 체제 이후 만 72일 만에 직제개정에 이어 대폭적인 인사발령을 냈다.
성공작이 될지 실패작이 될지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지만 ETRI는 이번 직제 개정과 인사를 통해 두 마리 토끼 몰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4년 전에 시작한 ‘IT839’의 성과물을 완결짓기 위해 연내 연구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한편 미래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준비작업에도 소홀히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번 직제 개정 및 인사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수석 연구소 기능을 하던 IT부품·융합연구소를 이번에 새로 신설한 3개 부문(각 수석단장 신설)과 대등하게 꾸려 ETRI 조직 전체를 크게 4분할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연구단별 군웅할거형에서 오수영 소장과 안치득·김채규·손승원 수석연구단장이 이끄는 4두 마차 체제로 전환했다.
이와 함께 미래 비전 수립 및 기획기능 강화를 위한 부문별 ‘미래기술연구그룹’의 신설도 눈길을 끈다. 이번 조직개편의 노른자라고 할 수 있는 3개 미래기술연구그룹장에 김대식·이영직·조현숙 박사가, IT부품·융합연구소에서 미래기술연구그룹의 역할을 수행할 시스템통합기술연구그룹장에는 이유경 책임연구원이 각각 발탁됐다.
이들은 향후 3개 부문이 각기 연구소로 개편됐을 때를 대비한 비전 수립과 기획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10년 뒤 ETRI의 먹거리 발굴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IT든 NT든 BT든 융합기술 추세를 서둘러 좇지 않으면 낙오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최 원장의 고민의 깊이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사업화 기획 및 성과관리체계를 수립하기 위한 ‘성과 관리팀’도 기획본부 연구기획실에 만들어졌다. 김대웅 책임연구원이 맡게 될 IT기술이전본부와 더불어 실적은 실적대로 챙기겠다는 최 원장의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수석단장에 힘을 싣기 위해 사업지원실도 새로 만들어졌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ETRI 비전의 한 축을 담당했던 IT839연구단이 오히려 지금 와서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ETRI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어쨌거나 이번 선택이 IT강국 코리아를 보다 튼튼히 하고 시시각각 추격해오는 IT 분야 각국 주자들을 슬기롭게 물리칠 ‘묘수’가 되기 바란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