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가 연초부터 법적 소송에 휘말렸다.
20세기 폭스가 자사 인기 TV 시리즈물인 ‘24’와 ‘심슨’을 유튜브에 허락없이 올린 네티즌의 신상을 파악해 달라며 영장을 보낸 것.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서 승인받은 이 영장에 따르면 유튜브는 다음달 9일까지 관련 정보를 밝혀내야 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 우선 14일 방영된 ‘24’의 에피소드가 이보다 6일이나 빨리 유튜브에 공개됐다는 사실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번 사건이 동영상 공유 서비스를 둘러싼 법적 분쟁의 향배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저작권자의 공격 목표가 동영상 서비스 업체에서 개인 사용자로 바뀌는 분위기가 본격 감지된다. 서비스 업체는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의 세이프 하버(safe-harbor) 조항에 따라 저작물 삭제 요청이 들어오는 즉시 삭제하면 책임을 경감받기 때문에 사용자를 직접 겨냥하는 것이다.
과거 음악 불법복제에 대응하던 음악 저작권자들의 행동 패턴이 재연되고 있다.
물론 e메일 주소와 생일 등 간단한 정보만 입력해도 가입할 수 있는 미국 인터넷 사이트의 특성상 ‘ECOtotal’이라는 아이디로만 알려진 이 사용자의 신상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정작 주목할 부분은 미국 법원이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저작물 무단 유포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영장을 어렵지 않게 발부하는 대목이다.
저작권 문제에 있어 미국 판결을 따라가는 우리 법원의 경향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둘러싼 수 많은 잠재적 법적 소송에서도 이같은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는 인터넷 서비스 가입시 상세 정보를 입력하므로 신상파악은 식은 죽 먹기다. 네티즌들이 직접 타깃이 될 수 있다.
사실 우리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어렵다. 유튜브만 해도 초창기 불법 게시물로 많은 이득을 봤으면서도 정작 저작권 이슈가 터지면 개인 사용자들을 보호하지 않는다.
우리 업체가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네티즌들로부터 엄청난 뭇매를 맞을 게 분명하다. 때문에 우리나라 동영상 공유 서비스 업체들은 이번 유튜브 소송건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미리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박의 꿈은 후발주자인 유튜브에 빼앗겼지만 건전한 비즈니스 모델 확립은 우리가 먼저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