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칼럼]콘텐츠도 샅바싸움 할 것인가

 우국충정인가. 자신이 그 업무의 적임자라고 강조한다. 미래 차세대 산업의 ‘쌀’ 또는 ‘얼짱’이라고 말하는 콘텐츠 산업을 놓고 부처 간의 주장이다.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 방송위원회의 3파전이다. 이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업계는 좋아할 일이 아니다. 역설로 콘텐츠 산업의 위기가 될 수 있다.

 이해당사자 간 샅바 겨루기로 허송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IT 분야만 보자. 디지털TV 전송 방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4년여를 허비했다. 방송통신위윈회 설립을 놓고는 얼마나 치열한 공방을 벌였는가. 중국 상하이에서조차 서비스 중인 IPTV는 개발해 놓고도 3년째 상용 서비스를 못하고 있다. 이게 우리 현실이다. 신천지는 선점해야 하는데 우리는 뒤를 따라가고 있다. 이럴 바엔 뭐 하려고 기술개발을 독려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방송통신위 설치는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시절 대선 공약 사항이었다. 하지만 정통부와 방송위 간 의견 차이로 수년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말 우여곡절 끝에 개편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올 1월 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면 공포 후 3개월 이내에 위원회는 출범한다. 하지만 국회 통과 전망은 불투명하다. 여당은 탈당사태로 내홍을 겪고 있다. 야당은 대선 분위기에 들떠 있다. 일부는 위원회 출범을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2개 부처 일도 이런 상황이다.

 콘텐츠 산업은 이보다 더 복잡하다. 정통부·문화부·방송위 3개 부처가 서로 얽혀 있다. 이 업무를 통합하고 조정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노 대통령이 1월 5일 시정연설에서 “콘텐츠 산업 종합방안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후 문화부는 “콘텐츠는 문화부의 업무”라고 강조했다. 정통부는 “모든 콘텐츠 진흥업무는 출범하는 통합기구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송위는 “방송영상 콘텐츠는 통합기구에서 맡고 나머지는 문화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자 삼색이다.

 콘텐츠 산업 업무를 꼭 일원화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하지만 시대가 현행 체계를 용납하지 않는다. 변화의 흐름을 지금 그릇으로 담기 어렵다. 콘텐츠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진흥체계와 법을 정비해야 할 이유다. 가정이지만 현행 체계에서도 흐르는 물처럼 상호 협조 속에 콘텐츠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면 구태여 논의할 이유가 없다. 콘텐츠를 국가 경쟁력 확보라는 대승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게 하려면 부처 시각이 아닌 업계와 이용자 관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우리 IPTV 위상이 낮아진 것은 상용화가 늦어진 결과다. 우리가 IT강국에서 콘텐츠 강국으로 부상하려면 샅바 싸움 할 때가 아니다. 시대는 융합을 지향하는데 우리는 업무영역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논쟁만 벌인다면 콘텐츠 산업은 차세대 산업의 `쌀`이 될 수 없다.

 자기 주장 대신 끝장토론이라도 해 결론을 내야 한다. 어느 전직 고위인사의 말처럼 “3개 부처의 콘텐츠 부서를 통합해 콘텐츠진흥원을 만들자”는 주장에 귀가 솔깃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문제의 본질을 바로 보지 못하면 산업의 재앙이 될 수 있다. 이제 샅바 싸움은 그만두자.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국회는 국회대로 콘텐츠 산업을 키울 소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