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세계의 장수 기업, 세기를 뛰어넘은 성공

[클로즈업]세계의 장수 기업, 세기를 뛰어넘은 성공

 200년 넘은 장수기업 비결은?

 세계의 장수 기업, 세기를 뛰어넘은 성공

윌리엄 오하라 지음, 주덕영 옮김, 예지 펴냄, 1만9700원.

 1세대를 30년이라 봤을 때 흔히 기업들은 1세대가 끝날 때쯤 위기를 겪는다. 그런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2세대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3분의 1에 불과하며 그 생존기업의 12%만이 3세대에 살아남는다. 또 그 3세대 생존 기업의 3∼4%만이 4세대까지 살아남는다고 한다. 미국의 ‘포천’ 선정 500대 기업의 평균수명은 40∼50년이며, 1900년에 상장한 회사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GE뿐이다. 그러니 한 기업이 100년을 넘기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의 저자 윌리엄 오하라는 가족기업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학자로서 국가의 부에 장수 기업들이 담당한 중요한 역할을 주목해 왔다. 그 연구 결과를 2002년 ‘패밀리 비즈니스 매거진(Family Business Magazine)’에 ‘세계 최고(最古) 100대 기업’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4년여에 걸쳐 역사가 200년이 넘은 기업을 탐방 조사하고, 학계와 업계의 전문가와 토론한 결과를 20개 기업의 이야기로 추려 이 책에 담았다.

 장수 기업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을 저자는 11가지로 정리했는데 그것을 요약해 보면 △주위 환경에 대한 기업 적응력이 크다 △직원들 응집력이 높고 일체감이 강하다 △회사가 관용적이어서 실험적인 생각이나 기발한 아이디어, 엉뚱한 사람을 쉽게 수용한다 △의사결정이 수평적으로 분산되어 사업다각화가 쉽다 △재무관리에 보수적이며 빚지는 것을 싫어한다 등이다.

 이 조건을 오랜 세월 충족하며 장수하는 데는 가족기업이 단연 으뜸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0년을 넘은 기업은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가족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것은 일반 주식회사에 비해 경영에 간섭하는 사람이 적고, 외부의 압력에 밀려 단기간 성과에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경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구조조정 요구에 있어서도 훨씬 자유롭기 때문에 직원들의 사기가 일반 회사에 비해 높은 편인 것도 한 요인이다.

 기업의 비인간화와 권력화, 빠른 기술 발전과 잦은 흡수·합병으로 인한 기업의 수명 단축, 지식·정보시대 경쟁의 글로벌화와 기술의 최첨단화에 따른 대기업의 수와 고용 규모 감소, 그로 인한 고용 불안이라는,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에 대해 이 책에 소개된 장수기업들은 훌륭한 대안을 제시한다. 또 고객과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로 성공한 이 책의 장수 기업들은 기업의 비인간화라는 폐단에 대한 대안적 모범을 제시한다.

 성숙한 경제사회에는 장수하는 기업이 많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향해 가고 있는 우리에게 장수 기업은 결코 막연한 꿈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역사의 시험을 통과한 이들 장수 기업의 원칙과 비전은 불투명한 미래를 앞에 놓고 성장이냐 후퇴냐의 갈림길에 선 지금 우리에게 소중한 타산지석이 되어줄 것이다.

 김현민기자@전자신문, min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