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델 <사진>델 회장이 CEO직에서 물러난지 3년 만에 복귀했다.
델은 31일(현지시각) 케빈 롤린스 CEO가 사임했으며, 창업자인 마이클 델이 그 자리에 복귀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롤린스 CEO에게 실적 악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꿈쩍도 않던 델 회장이 결국 용단을 내린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IDC의 리처드 심 애널리스트는 “롤린스가 마이클 델의 신임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놀랍지만, 실적을 보면 왜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델은 지난 1997년부터 2004년까지 PC 시장에서 점유율을 계속 확대하며 막강한 힘을 과시했다. 롤린스는 델의 미래를 너무 자신한 나머지 2006 회계연도엔 600억달러, 2010회계연도엔 800억달러의 매출을 거두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델의 2006회계연도 매출은 목표치에 크게 미달한 559억달러였다. 델의 지난해 성장률은 1984년 설립 후 최초로 전체 PC시장 성장률을 밑돌았고, 3, 4분기에는 세계 PC시장 1위 자리를 HP에 내줬다.
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회계 오류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최근 몇 달 사이 CFO 등 몇몇 경영진이 회사를 떠났다.
실적 악화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원인으로는 △소비자들의 서비스 불만에 대한 뒤늦은 대응 △PC 시장이 노트북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델의 장점으로 꼽힌 효율적 제조 프로세스의 중요성 감소 △PC시장에서 평균 판매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델의 가격 우위 감소 △AMD 칩의 뒤늦은 채택 등이 꼽혔다.
특히 소매점을 통하지 않고 전화나 웹으로 주문 판매하는 방식을 고집해 직접 보고 구입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지 못했다. 델 매출의 85%는 기업 고객인데 기업PC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델의 실적에 타격을 줬다.
지난해 8월 델의 노트북이 배터리 과열로 불타는 장면이 인터넷에 확산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배터리는 소니 제품이었고 대규모로 리콜됐지만 델의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마이클 델의 CEO 복귀로 델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및 주당이익이 애널리스트 전망치에 못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가브리엘컨설팅그룹의 댄 올즈 애널리스트는 “다시 CEO로 돌아온 마이클 델이 회사를 다시 일으키려면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고성능 서버 같은 분야에서 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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