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맥거핀

 영화나 연극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를 ‘맥거핀(MacGuffin)’이라 한다. 결말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지만 관객이 그 장면으로 인해 전혀 다른 사건을 기대하면서 긴장하도록 유도하는 소재로 흔히 사용된다. 웹스터 사전엔 공포영화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이 1939년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처음 사용하고 난 뒤 명명한 것으로 소개돼 있다.

 비근한 예가 TV 인기 드라마 ‘하얀거탑’에 등장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했던 ‘문상명 교수’다. 그는 실체없이 이름만 등장하면서 극중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시쳇말로 누리꾼이 흔히 사용하는 ‘낚시’인 셈이다. ‘맥거핀’은 ‘무가치’ ‘용두사미’에 불과하다. 하지만 관객의 긴장과 흥분을 유발하는 중요한 소재라는 점에서 오늘날 영화나 연극, 소설, 드라마 등에서 단골로 등장한다. 한마디로 ‘맥거핀’은 관객을 속이기 위한 일종의 극중 트릭이다. 모종의 대형사건을 유발할 듯하지만 그 내용이나 진상을 확인하려 할수록 의미는 퇴색돼 관객의 기대를 저버린다. 극중 암시를 통해 결말을 유도해내는 ‘복선(伏線)’과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대통령의 SW강국 건설의지 표명에 따라 지난해엔 정보통신부가 분주히 움직였다.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실질적인 SW산업 육성방안을 내놓겠다는 약속도 했고, 연말에는 제안서 보상제도 등의 지원방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업계 측에선 보면 여전히 미흡하다. 정부의 SW강국 만들기 프로젝트가 지난해 일부 제도 개선에만 영향을 미쳤을 뿐 실질적으론 부족했다는 평가다. 담당 공무원도 너무 자주 바뀐다. 업무를 파악할 만하면 인사통지를 받는다. 소프트웨어진흥단의 수장은 8개월 만에 교체됐다. 정통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u시티 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u시티 관련 예산을 처음으로 마련하고, 서비스 표준모델을 발굴하려던 차에 담당자가 바뀌었다. 참여정부의 활동 시한이 1년이 채 남지 않았으니 관객의 마음은 조급하고 답답할 수밖에 없다.

 최근 등장해 이목을 끈 제안서 보상제도, u시티 서비스 표준모델 발굴 등의 소재가 ‘맥거핀’ 역할을 하면서 용두사미로 끝맺을지 아니면 치밀한 계획하에 만들어져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 ‘복선’으로 작용할지 관객의 궁금증은 커져만 가고 있다. 최정훈차장·솔루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