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업계에 맞소송 건 미국 청소년
한 미국 청소년이 지난 수 년간 온라인 공간의 음악 공유 행위에 소송 폭탄을 투하해 온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에 정면 대응을 선언해 화제로 떠올랐다.
뉴욕의 16세 로버트 산탄젤로 군은 지난해 11월 5개 대형 음반사가 자신을 온라인 음악 무단 공유 혐의로 고소하자 최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이들을 맞고소했다.
로버트는 소장에서, 불법 다운로드라며 음반사들이 지적한 음악은 자신의 누나가 가게에서 직접 구입한 CD이며 불법 다운로드 증거는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RIAA의 소송 때문에 학교 생활이 괴로울 정도로 명예가 훼손됐다고 항변했다. 음반사들이 하나의 대리인을 내세워 일반인에게 터무니없는 위협을 가하는 것은 독점 방지법 위반이라는 내용도 포함했다.
사실 산탄젤로 집안과 RIAA의 악연은 처음이 아니다. RIAA가 네티즌 개인을 타깃으로 삼은 이래 2만여 명을 적발했는데, 이 중 RIAA와 합의하지 않고 법정으로 간 첫 번째 사례가 바로 로버트의 어머니인 패트리샤 산탄젤로였던 것. 황당하게도 재판 과정에서 그녀가 컴퓨터를 켜지도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RIAA는 결국 소송을 취하했다. 이 과정에서 P2P 관련 뉴스 사이트 P2P넷에서 1만4500여달러의 소송비용이 걷히며 무차별 소송에 대한 반발심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RIAA는 멈추지 않았다. 소송 취하 직후 화살을 그녀의 아들과 딸에게 돌렸고 20세인 딸은 법정에 응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3만750달러를 물어야할 처지가 됐다. 하지만 로버트가 맞소송을 제기하며 사건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로버트가 소송을 끝까지 진행할 지는 알 수 없다. 결과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무단 공유에 대한 음악계의 무차별 소송 전략이 한계를 보인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2년 전 월 정액 다운로드 서비스가 첫 선을 보였을 때 많은 음반사가 반대했지만 별다른 변화를 주지도 못하고 지금은 월 정액제가 대세가 됐듯이 음악계가 기술의 발전에 발맞추기 보다는 당장 눈앞에 집중해온 것도 사실이다.
무단 공유를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음악계가 좀 더 현명한 방법을 택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그들도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들. 이들을 끊임없이 고소해야 하는 현실이 지속하는 한 음악은 더 이상 아름다운 것이 아닐 수 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