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시내전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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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이동시스템 개선을 앞두고 시내전화 시장에 전운이 감돌았다. 후발사업자들은 공격적 가입자 목표를 제시했으며, KT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적극 방어에 나섰다. KT는 자사가 독점했다는 일반적인 시각과 달리 이미 시내 전화 시장은 이미 경쟁 상태에 도달했다고 주장, 새삼 쟁점으로 떠올랐다.

◆후발 시내전화사업자 공세 강화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등 후발 시내전화 사업자들이 KT를 겨냥한 공세를 강화한다. 초고속인터넷, IPTV 등과 연계한 결합상품을 앞세워 KT의 장기 독재를 허물겠다고 선언했다. 시내 전화 사업 자체보다는 결합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통신위 개선명령에 따라 KT가 4월부터 번호이동 실시간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후발사업자들의 영업 여건 개선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번호이동 절차 개선=통신위는 지난달 24일 KT에 시내전화 번호이동 관련 시정명령을 내렸다. KT는 후속 조치로 4월까지 번호이동 전산화 절차 및 연관상품 해지 절차를 개선할 계획이다. 번호이동 개통단계에 중립서버를 도입, 초고속, PCS 등 연관 상품과 연계한 불공정 거래를 차단한다. 수작업이 필요한 번호이동 신청여부 확인 절차를 제외하고 모두 실시간 전산 처리한다. 번호이동 처리기간을 2일 이상 단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후발사업자 공세 강화=하나로텔레콤은 올해 시내전화 전체 시장 점유율을 9%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내걸었다. 175여명의 가입자를 연말까지 205만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비스 지역도 속초, 안성 등 6개 통화권을 시작으로 4월까지 20개 통화권을 추가할 예정이다. 초고속인터넷, 하나TV와 묶어 2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는 ‘하나세트’를 첨병으로 내세운다.

기업용 시장만 주력해온 LG데이콤도 3월 가정용 인터넷 전화를 선보인다. 가정 시장의 치열한 3파전을 예고했다. 데이콤은 시내전화 가입자는 8만5000명 수준이며 아직 올해 구체적인 가입자 목표를 확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가정시장 진출을 계기로 점유율을 1%까지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하나로텔레콤의 관계자는 “번호이동 절차 개선을 계기로 가입자 확대를 기대한다”며 “포화한 시내전화 시장에서의 경쟁 보다는 트리플플레이 서비스를 확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

◆방어 나선 KT

KT의 시내전화 시장 점유율은 92.1%에 달한다. 이 수치만 보면 시내전화 시장을 주도해온 KT의 아성은 너무나 공고해 보인다. 그런데 지역별로 들여다 보면 완전히 딴 판이다. 시내전화망을 운영하는 지역만 놓고 본다면 하나로의 시장 점유율은 30%에 육박한다는 게 KT의 주장이다.

하나로텔레콤은 전국 144개 통화권 중 55개 통화권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4월까지 20개 통화권을 추가하면 지방 소도시 등을 포함, 전체 1570만 세대수 중 83%에 이르는 1304만 세대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통화권이 아닌 전국을 동, 면, 리 단위의 세부 구역으로 나누면 결과는 다르다. 하나로는 전국 1만9943개 서비스 단위 중 3732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내전화 도달범위가 19%에 불과하다. 서울이 전체 902개 동 중 203곳에서 서비스를 제공, 커버리지가 23% 수준이다. 부산/경남권에서는 2825곳 중 351곳에 그친다. 제공범위는 12%에 불과하다.

이처럼 시내전화망을 운영하는 지역만 놓고 본다면 하나로의 시장 점유율은 이미 27%를 넘어섰다고 KT는 밝혔다. 동일 지역 KT 가입자는 469만1713명이며 하나로 가입자는 171만8020명이다. 하나로의 초고속인터넷 시장 점유율 25.8%에 버금가는 수치다.

KT는 이를 근거로 하나로가 제시하는 독점 논란을 비판했다.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KT는 비용 효율이 떨어지는 섬이나 산간 지역까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후발사업자인 하나로는 수익성이 높은 대도시, 그 중에서도 아파트 등 대단위 주거지역에만 주력한다. 단순히 전국 가입자 수치를 놓고 시장점유율을 비교하는 것은 여러 오해를 불러온다는 설명이다.

KT의 관계자는 “하나로의 경쟁 지역만 비교해놓고 본다면 이미 시내전화 시장도 경쟁이 일반화한 추세”라며 “되레 후발사업자들의 여러 공세로 번호이동 시장에서 KT 가입자는 순감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