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우리나라 IT분야의 발달은 비약적이라 할 만큼 눈부시다. 실제로 IT산업은 2006년 국내 총생산(GDP)의 16.1%, 수출액은 1134억달러로 총수출액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휴대폰·디지털 디스플레이로 대표되는 한국의 IT산업은 확실히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견인해 왔고 세계 무대에 IT강국 코리아를 알리는 대표주자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IT산업은 제조업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세계 시장에 나가서 경쟁하기에 불리한 구조로 돼 있다. IT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산업과 서비스 산업이 낙후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SW기업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수만 해도 7340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자본금 10억원 미만의 업체가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영세할 뿐만 아니라 사업을 하는 방식도 투입인력과 기간에 따라 계산하는 방식으로 대변되는 용역사업이 대부분이다. 확대 재생산 원가가 제로에 가까운 SW산업이나 서비스의 표준화와 솔루션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IT서비스 산업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대학에도 관련학과에 우수한 인력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더욱 어려운 점은 인도의 SW기업이 저임금을 바탕으로 무서운 속도로 미국과 유럽의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 기술을 바탕으로 개방과 참여로 대변되는 지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 유비쿼터스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대니얼 핑크는 정보화 사회가 가고 하이테크 능력을 바탕으로 예술적, 감성적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하이컨셉트 능력과 인간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하이터치 능력이 중요한 새로운 미래가 오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초고속 인터넷 환경에다, 한 해 문자 메시지 600억건으로 사용 수준 또한 세계 최고이고, 전 국민의 거의 절반이 홈페이지를 갖고 있다. 또, 디지털 기기를 가장 잘 사용하는 역동적인 사용자와 온라인게임·음악·드라마·영화로 한류를 만들어 가는 창의력도 있다. 여기에 와이브로·HSDPA·RFID·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 (USN)·바이오·상황인식 기술과 u홈·u헬스·u시티 등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개발해 상용화하면 차세대 성장동력의 확보는 물론이고 2010년 약 2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유비쿼터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우리의 창의력과 IT 역동성을 접목한 서비스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비쿼터스 서비스는 우수한 기술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 성공한다고 한다. 그만큼 남보다 먼저 사용해 기술과 서비스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고 베스트 레퍼런스를 만들어서 세계 무대로 나가는 글로벌 전략이 필요한 사업이다. DMB·IPTV·와이브로 등 기술적으로는 다 준비돼 있고 잠재력 있는 신규 산업이 여러 가지 이유로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그에 필요한 정책을 개발하고 시장에서 요구하는 글로벌 전문인력을 빠르게 육성해서 유비쿼터스 리더십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IT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 이는 분명 유비쿼터스 시장을 주도하는 데 유리한 조건임에 틀림없다. 새로운 글로벌 무대로 나갈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세계 시장에 도전해 나간다면 우리나라의 제2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고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윤석경 SK C&C 사장 president@skc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