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같은 강력한 방송·통신 규제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비비안 레딩 EU 정보화사회 및 미디어 담당 집행위원은 총 2700억유로 규모에 달하는 역내 통신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모든 회원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시장 규칙을 만들기 위해 ‘유럽판 FCC’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EU 집행위원회가 도이치텔레콤 등 거대 통신업체의 독과점 구조를 허물기 위해 강경 조치를 취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규제기구 설립 아이디어 역시 통신시장의 개방을 이끌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
신문이 입수한 유럽판 FCC 설립 초안 역시 “(설립의) 핵심 목적은 경쟁과 투자, 소비자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FCC의) 회원들은 자국 정부 또는 다른 기구의 간섭을 받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EU 집행위가 이러한 규제기구를 공식 제의할 경우 규제 권한을 집행위가 아닌 신설 기관에 위임하는 매우 드문 제안을 하는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레딩 집행위원은 오는 7월께 유럽판 FCC 설립안을 제의할 지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난 2002년에도 비슷한 제안이 있었지만 논의과정에서 거부된 사례가 있다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