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장비, 시련의 계절.’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알카텔 루슨트의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감원’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주 노벨의 구조조정에 이어 나온 이번 조치는 전체 통신장비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알카텔-루슨트는 합병 이후 계획했던 9000명에 더해 3500명을 추가로 감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의 16% 수준인 1만2500명이 3년 동안 단계적으로 회사를 떠나게 된다.
이는 지난해 11월 합병이 끝난 후 나온 첫 실적이 적자로 전환된 데 따른 것이다. 통합법인은 지난해 4분기 6억1800만유로(8억58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시장에서 예상했던 52억500만유로보다 16% 감소한 44억200만유로였다. 알카텔은 지난 3분기 3억8100만유로 흑자를 냈었다.
패트리샤 루소 알카텔 루슨트 CEO는 “힘들지만 필요한 결정”이라며 “인원 감축과 비용 절감으로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기존에 기대했던 14억유로보다 많은 17억유로에 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프랑스 알카텔과 미국 루슨트는 지난해 11월 116억달러 규모의 합병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통합 회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뉴스의 눈
글로벌 통합법인으로 시너지를 기대했던 알카텔-루슨트에 ‘빨간불’이 켜졌다. 비록 3년 동안 단계적으로 인원이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적 부진에 이은 구조조정 발표는 험난한 통합법인의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번 발표는 지난주 전체 직원의 10%인 2900명을 감원한다는 노텔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통신장비 시장 전체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는 등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은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게 정설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인수합병 등을 통한 시장 재편 작업이 진행 중이다. 에릭슨은 휴대폰 부문을 소니와 손잡는 형태로 덩치를 줄였다. 노키아와 지멘스도 통신장비 부문을 전격 통합했다. 두 회사는 오는 3월까지 통합 작업을 마무리한다. 알카텔과 루슨트의 ‘빅딜’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장비업체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 업종의 취약한 수익성에서 찾을 수 있다. 또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데는 중국 화웨이 등 신생 업체의 저가 공세가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이 선진국과 달리 유선망을 거쳐 이동통신망으로 단계적으로 진화하기보다는 투자비가 저렴한 모바일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에 나서면서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이다.
알카텔 루슨트의 우울한 실적은 통신장비 시장의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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