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환율하락·고유가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외교역 측면에서 수출 3260억달러를 달성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이는 물론 10대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수출을 40% 이상 주도한 데 기인한 바가 크지만 그 뒤에는 중소 협력업체들의 땀과 노력이 숨어 있으며 또한 독자적인 기술과 도전정신으로 세계 유수기업들과 치열하게 세계시장에서 생존 경쟁하는 수많은 중소·벤처기업의 열정이 배어 있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됐다. 세계 130여개국 IT·전자 관련 기업이 참여해 각종 첨단 신기술과 신제품을 전시했다. 여기에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 80여곳이 한국공동관을 구성해 세계 기술 경연장의 한 장을 장식했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협소한 내수 시장만으로는 생존 자체가 힘들기에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기업들이 뛰고 있는 것이다. 우리 중소·벤처기업들은 전시회 현장에서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와 설렘, 세계 시장의 높은 벽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했으리라 생각한다.
다행히 IT 강국 한국관을 찾은 해외 바이어가 많아 우리 기업들은 수출증대에 대한 꿈을 가지고 열심히 바이어 상담에 임하는 등 긍정적인 기대를 높이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가장 큰 경쟁상대 중 하나로 부상한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날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현장에서 체감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져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IT·전자산업 분야의 대중국 기술 격차가 2005년 기준으로 1∼3년까지 좁혀졌고, 2010년에는 1년 안팎으로 더 좁혀져 기술경쟁력 유지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천천히 줄고 중국과의 격차는 빠르게 줄어, 이른바 ‘넛크래커’ 신세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당장 국내외에서 저가를 무기로 공격하는 중국 기업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우리 중소·벤처기업이 기술에서마저 차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우리 기업이 설 땅은 더욱 좁아지게 되고, 국가경제 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은 환율하락, 원자재가 상승, 기술인력 및 R&D 자금 부족, 과당경쟁, 불합리한 대기업과의 협력관계 등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위기에 몰리고 있어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중소·벤처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종업원의 80%에 이르는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등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이며 풀뿌리와도 같은 중요한 존재다. 따라서 이들 기업의 열악한 경영환경을 개선해 향후 확실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을 견인할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기존의 중소·벤처기업 지원정책의 실효성을 다시 검토해 산업현장에서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정책 방향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중소·벤처기업 생태계의 질적 개선, 기술력·마케팅 능력 배양을 통한 수익 창출 기반 강화,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상생협력 확대 등 다양한 형태로 기존의 정부 시책을 재검토함으로써 더욱 체계화하고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꼭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용, 더욱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중소기업 활성화 대책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중소·벤처 산업현장에서 볼멘소리를 다시 듣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봉한 성남산업진흥재단 대표이사 ceo@snip.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