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시장이 들썩인다. 지난해 8월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의 지분 53%를 주당 11만원씩 총 4667억원에 인수하면서부터다. 요즘에는 농수산홈쇼핑도 매물로 나왔다. 농수산홈쇼핑의 최대주주(계열사 지분 포함 44%)인 하림이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란다. 벌써부터 주당 11만원이란 말이 돈다. 그렇다면 하림에 돌아가는 돈은 3100억원가량이 된다. 애널리스트들은 롯데쇼핑이 너무 비싸게 우리홈쇼핑을 샀다느니 농수산홈쇼핑 가격은 주당 5만원 정도가 합당하다느니 분석에 열심이다.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은 홈쇼핑업계 1위이자 상장사인 GS홈쇼핑의 시가총액이 5000억원이 안 되는데 4위인 우리홈쇼핑의 53% 지분 가격이 5000억원 가까이 되고 5위인 농수산홈쇼핑의 44% 지분이 3000억원이 넘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논리다. 그들의 지적은 정확하지만 그렇다고 롯데쇼핑이 바보라서 그 많은 돈을 지급했을 리는 없다.
홈쇼핑사업자의 특징, 그들은 ‘승인사업자’다. 우리나라에는 오직 5개 홈쇼핑사업자만이 TV홈쇼핑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그래서 홈쇼핑사업자의 인수는 경영권 프리미엄에 앞서 ‘딱지 가격’이 더욱 중요한 셈이다.
문제는 왜 정부가 이런 ‘딱지’를 만들어줬냐는 것. 본래 2개였던 홈쇼핑사업자가 5개로 늘어난 것은 2001년이다. 당시엔 이미 사업권만 따면 엄청난 이권이라는 게 상식이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 현대홈쇼핑·우리홈쇼핑·농수산홈쇼핑 등 3사가 승리했다. 승리자 중 두 군데가 이제 투자 대비 월등한 수익이란 과실을 챙기려 한다. 그들은 주장할 터다. ‘6년 동안 회사를 이만큼 키웠으니까 이 정도 이득을 챙겨도 된다’고. 하지만 그런 논리로는 롯데쇼핑이 지급한 4667억원이란 가격을 설명할 수 없다. ‘승인사업자’란 딱지 가격은 엄연히 존재한다.
방송위원회는 홈쇼핑사업자 선정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방송위의 설립 목적은 공익성 실현이다. 홈쇼핑사업자 3곳을 추가 선정한 2001년 당시 결정은 공익성을 위해서다. 우리홈쇼핑의 경방은 ‘중소기업 활성화’, 농수산홈쇼핑의 하림은 ‘농수축산물 유통활성화’란 공익성을 내세웠다. 그들은 ‘좋은 목적’ 덕택에 돈을 벌었다. 방송위가 생각하는 ‘공익성 실현’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업체만이 ‘딱지 가격’을 향유할 자격이 되는 셈이다.
성호철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