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들의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수출은 지난 2005년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이보다 약18%가 늘어난 122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출증가율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증가율 14%는 물론이고 대기업의 수출증가율 15%에 비해 각각 4%포인트, 3%포인트 높은 수치다. 벤처기업의 수출증가율이 대기업을 앞선 것은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처음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내수경기가 어렵고 환율하락 등으로 대기업도 갈수록 어려워 하는 상황에서 이루어낸 벤처기업의 선전에 격려를 보낸다.
벤처기업의 수출이 늘고 있다는 것은 체질이 약해 걱정의 눈길로 바라봐야 했던 벤처가 이제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스스로 설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 경제가 아직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벤처에서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의 수출이 늘고 있는 것은 스스로의 노력에 따른 산물일 것이다. 환율하락과 고유가, 여기에 내수경기까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은 수출로 눈을 돌려야 했다. 그러나 자금력이 있고 해외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대기업에 비해 기술이나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하는 벤처의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전자·전기 분야에만 수출기업이 1년 전에 비해 40% 이상 줄었다는 충격적인 자료도 나와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군 수출실적이다. 옥석이 가려진 상태에서 남은 벤처기업의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결과인 셈이다.
그러나 벤처의 수출을 단순히 벤처의 생존전략만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사실 벤처가 우리 경제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벤처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7%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벤처가 갖는 상징성은 그 이상이다. 벤처의 성장은 지금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실업률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 신시장을 개척하거나 미래 유망산업을 창출하는 것도 바로 벤처의 힘이다. 실례로 벤처는 과거 IMF 시절 한국경제를 회생시킨 일등공신이었다. 벤처의 수출증가가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으로서 벤처의 부활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따라서 벤처기업의 수출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벤처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더욱 적극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벤처정책도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수준에서 탈피해 해외바이어를 발굴, 연결하고 신용지원 등의 보다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지원정책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또, 벤처의 수출증가는 반가운 일이지만 수출하는 벤처기업의 수를 늘리는 것도 더욱 중요한 일이다. 벤처의 수출증가율이 특정 몇몇 기업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수많은 벤처에 의해 이룬 성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수많은 벤처가 다시 나타나야만 한국 경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획기적인 도약이 가능하다. 많은 벤처가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려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