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발 히노마루 반도체 기술, 다시 인텔로 넘어가나.’
인텔에서 도입을 신중히 검토할 만큼 획기적인 반도체 신기술이 일본에서 개발됐다. 그러나 이 기술에 대해 정작 일본 반도체업계는 자체 개발이 아니라는 이유로 도입을 거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도호쿠대학 미래과학기술공동연구센터와 도쿄일렉트론·어드밴테스크 등으로 구성된 산학 연계 프로젝트팀 ‘딘(DIIN)’은 기존 시스템LSI 제조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마이크로 파동기 고밀도 플라즈마 레디칼 반응’이라 불리는 LSI 제조기술을 지난해 말 극비리에 개발했다.
이 기술은 ‘동작속도’와 ‘다품종 소량생산 지원’에 관한 기존 LSI의 한계를 뛰어 넘는 신기술로 평가되며 세계 최대 CPU업체인 인텔이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텔의 PC용 CPU 최대 동작 주파수가 3.8㎓인데 반해 이 기술을 사용하면 무려 100㎓로 작동하는 시스템LSI도 제조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제조라인에서 다품종 제품을 만들 수 없었던 기존 기술에 비해 얼마든지 제조 프로세서를 바꿔도 단시간에 생산해 낸다.
인텔 측은 “지금으로서는 아무 것도 밝힐 수 없다”면서도 지난해 12월 본사 최고위층이 방일, 딘 팀에게 도입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실적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아 고민하는 인텔로서는 신기술 도입을 계기로 성장노선을 새롭게 다지겠다는 각오인데 인텔과 딘팀과의 인연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더욱 화제다.
지난 1980년 후반에 딘은 반도체 기술을 향상시키는 ‘고성능 클린룸’을 개발, 인텔이 이를 도입해 비약적인 제조기술 향상을 이뤘다. 인텔이 세계 CPU시장의 주도권을 쥔 것도 이 기술 도입이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당시 일본업체들에게도 도입을 제안했지만 자사 개발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다수 일 업체들이 도입을 거절한 바 있다.
재미있는 것은 딘팀이 이번 신기술 개발 이후 일본 반도체업체들에게 도입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재차 개발 능력을 의심한 업체들은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연구팀에서 개발한 기술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일본 업체들과 재차 ‘일본발 기술’ 도입으로 성장 노선을 새로 구축하려는 인텔에 대해 일 반도체 전문가들은 ‘역사가 재차 되풀이되려 하고 있다’고 우려섞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