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민간차원의 IT교류 활성화해야

[통일칼럼]민간차원의 IT교류 활성화해야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를 발간하는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가 지난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례 학술 심포지엄에서 ‘북한과의 협력’이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과학계에서 북한과의 과학기술 협력을 논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사실 미국과 북한은 정치적으로 적대적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교류가 다 막혀 있는 것은 아니다. 포스텍과 미국의 시러큐스대는 공동으로 2004년부터 북한의 김책공대와 정기적으로 IT분야에서 교류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의 과학분야 교류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인 일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북한과 IT분야의 교류에서 공감을 얻어내고 실질적인 활동도 꾸준히 벌여왔다. 그러나 북한과의 IT교류는 객관적으로 매우 좋지 못한 조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이 바세나르 협정 등 국제적인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IT분야 교류는 이러한 협정들로 인해 제한적인 범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북한과의 IT교류 시 최대 딜레마는 교류의 필요성과 성과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데도 결과물이 군사용 등으로 전용될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이후 이러한 우려는 광범위하게 나타나서 IT분야의 교류를 더욱 위축시켰다. IT분야 교류가 필수적인데도 기형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것이 남북 IT교류의 현주소다.

 IT분야 교류가 북한의 군사력, 특히 핵 제조에 큰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많다. 그러나 이는 너무 도식적이다. 물론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충분조건이 잘못 설정돼 있다. 이러한 논리로는 북한과의 모든 교류를 진행할 수 없다. 북한과의 교류는 일시적으로는 북한에 이득을 주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남한 이익에 더 이바지한다.

 북한과의 교류 확대는 기본적인 긴장관계를 청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6자회담 이후 북미 관계가 예전에 비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물론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이전에 비해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북미 간 국교 수교 가능성도 성급하게 제기된다. 북미관계의 개선은 북한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국제적인 제재 요소가 해소되는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전쟁 위험에 대한 근본적인 해소가 이루어지면, 남북 간에 본격적인 교류가 진행될 수 있다.

 올해 국가 예산규모는 총 237조원이며 이중 국방예산은 9.9%인 23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그 외 남북 간의 긴장관계로 발생하는 비용을 생각해보면 결코 적은 비용이 아니다. 남북 간 긴장완화는 냉전 비용을 최소화해 사회 다른 분야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남북 간 긴장완화의 큰 부분이 북미관계의 개선에 달려 있다고는 하지만, 그 결과만 바라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속적으로 북한과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발언권을 높일 필요가 있다. 특히 민간차원의 교류가 활발해져야 한다. 민간 교류의 활성화는 정치적 긴장관계를 약화시킴과 동시에 남북문제에서 우리의 힘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눈앞의 착시현상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남북 교류를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최근 남북 간 IT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보이고 있다. ‘남북IT교류협력본부’라는 사단법인이 설립돼 북한과의 IT교류를 진행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IT분야의 전문가가 중심이 돼 남북 간 IT교류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 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설립됐다고 한다. IT분야 교류에서 장기 목표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시도로 눈여겨볼 만하다. IT분야의 교류가 좀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올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 jamesu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