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기업의 특징은 규모가 영세하고 사업영역 또한 국내 시장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SW기업으로 꼽히는 티맥스소프트·안철수연구소·한글과컴퓨터 등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매출 1000억원 달성이 목표인 게 현실이다.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1조 SW기업의 등장은 아직 한국 SW산업에서는 요원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SW기업에 대한 평가는 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정부나 SW 관련 단체가 애국심에 호소해도,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영세한 우리나라 SW기업의 제품을 구입한다는 것은 웬만한 모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쉽사리 할 수 없는 선택이다. 반대로 세계 SW기업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정보화 인프라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구축돼 있는 우리나라지만 그 핵심인 SW산업은 아직 유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SW 관련 단체가 최근 확정한 올 사업계획의 초점이 SW산업의 글로벌화에 맞춰졌다고 한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회원사의 수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허브 역할을 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고, 이를 위해 SW수출무역상사를 운영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SW공제조합도 조합원의 해외진출 지원확대를 위해 SW기업의 수출 보증업무를 시작한다. 한국소프트웨어기술진흥협회는 글로벌 SW 인재 양성, 한국SW저작권협회는 해외에 진출한 SW기업의 저작권 보호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SW기업의 글로벌화는 우리나라 SW산업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SW기업의 글로벌화는 우리나라 SW산업이 발전하느냐, 그대로 주저앉을 것이냐가 달려 있는 중대한 문제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국내 기업조차 외면하는 국산 SW를 해외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SW글로벌화를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우선 해외에서도 인정될 만한 품질을 갖추는 것이다. 최근 굿 소프트웨어(GS)인증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국내 업체 스스로 품질인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대형 IT서비스기업과의 동반진출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 제품이 우수하더라도 SW기업 독자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우리나라 부품산업의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수 있게 된 것은 대기업과의 동반진출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최근 SW기업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선단 수출도 우리나라 SW기업들의 글로벌화를 가능케 하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SW는 품질과 성능면에서 이미 시장에서 평가가 완료된 안정된 제품이기 때문이다.
SW산업의 글로벌화가 단순한 일회성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각 단체 간, 기업 간 독자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이에 맞춰 각 주체가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