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서로 재테크 궁합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뱅킹용 공인인증서를 교환하는 것이 새로운 유행이라고 한다. 남자는 배우자의 소비 건전성에 관심을 갖는 데 비해 여자는 배우자의 수입은 어느 정도고 저축은 얼마나 하는지 등 경제적 안전성을 사전에 파악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결혼 전에 건강진단서를 주고받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모하면서 생활 방식도 크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최근 이동통신 3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11월에 휴대폰 이용자 수 4000만명을 넘어섰다. 이제 휴대폰은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를 넘어 단순한 알람시계 기능부터 증권정보 이용, 일정 관리, 게임 등 현대인의 생활 필수품, 더 나아가 신체의 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24시간 내내 휴대폰을 자신의 손에 거머쥐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말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아니 휴대폰보다 빠르게 우리의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 있으니 사이버 세상에서 개인의 신분을 증명해 주는 공인인증서가 바로 그것이다.
공인인증서 이용자 수는 2000년 인터넷뱅킹을 필두로 2006년 12월 기준 1500만명으로, 불과 7년 만에 전 국민의 30%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4000만명이 쓰는 휴대폰도 1500만명이 되는데 14년이나 걸린 점을 감안할 때 공인인증서 확산과 이용 분야 확대는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전자상거래 규모는 연간 국내 총 상거래 규모 1800조원의 약 20%인 360조원이었으며 2∼3년 후에는 45∼5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온라인 주식거래는 전체 거래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공인인증서 이용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조만간 휴대폰 사용자 수를 따라잡는 현대인의 생활필수품이 될 것이다.
공인인증서는 인터넷뱅킹, 증권거래, 전자정부 민원서비스 등에 활용돼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준다. 최근에는 판교신도시의 아파트 분양 시 청약자 전체의 88%인 약 41만명이 공인인증서를 사용했고, 국세청의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도 공인인증서가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는 등 명실상부한 사이버 세상의 인감으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생활필수품, 특히 경제활동의 기초적인 사이버 신분증이자 인감 역할을 하고 있는 공인인증서의 사용이 활성화되려면 충분한 보안책과 다양한 서비스가 뒷받침돼야만 한다.
이를 위해 작년 3월에는 MS 윈도에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의 최상위 인증서를 탑재, 웹 사용자의 개인정보 암호화와 보안 이메일 등을 통해 안전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공인인증서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키값의 길이를 1024비트에서 2048비트로 늘렸다. 인증서의 키가 해킹될 가능성에 대비한 예방 조치로, 향후 수십년간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개인 이용자도 디지털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필수품들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안전한 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공인인증서는 비밀번호뿐만 아니라 보안카드 등 부가적인 안전장치가 있지만 이를 PC의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것은 인감도장을 아무 데나 두는 것과 같다.
공인인증서를 더욱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동식 저장장치에 저장하거나 올해 도입될 예정인 복사방지 기능이 추가된 하드웨어 보안모듈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의 보안시스템이나 개인 PC의 보안 기능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궁극적인 관리와 활용은 개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린 공인인증서와 휴대폰·자동차가 없는 현실을 생각할 수 없듯이 앞으로 공인인증서 없이 사이버 세상, 더 나아가 유비쿼터스 사회를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더욱 자신의 공인인증서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본인 휴대폰을 아무나 쓰도록 방치하거나 자동차 문을 일부러 열어 놓고 다니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홍섭 한국정보보호진흥원장 hslee@ki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