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광고 안본다 vs. 이래도 안볼래?

 ‘광고 안본다 vs. 이래도 안볼래?’

소비자에게 광고는 콘텐츠 감상을 방해하는 귀찮은 존재다. 그러나 광고주에겐 매출과 직결한 중요한 정보 제공 수단이다. 둘 사이엔 항상 광고 시청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있기 마련이다. 국내에도 광고를 회피할 수 있는 장치와 이를 막으려는 장치가 동시에 등장, 소비자와 광고주 사이에 쫒고쫒기는 싸움이 벌어졌다.

◇광고 건너뛴다= TV 사용자의 광고 회피 수단 중 가장 혁신적인 것은 개인영상저장장치(PVR)다. 국내서는 작년 말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처음 출시했다. 시청자가 콘텐츠를 선택,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녹화하는 장치다. 최대 30배속으로 재생할 수 있어 30초짜리 광고도 1초만에 넘길 수 있다.

케이블TV업계도 PVR 도입을 검토중이다. 커뮤니티 포털 드림위즈는 기존 개인영상저장장치(PVR)를 사용자 중심으로 한단계 발전시킨 ‘티비오’를 개발, 출시했다. 티비오` 기존 방송 예약녹화는 물론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동영상파일 재생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광고 건너뛰기는 기본이다.

PVR은 지나친 광고 공세에 지친 소비자들의 마음을 반영한 장치다. 미국 등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에도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도 광고는 봐야할 걸=PVR에 광고주들이 대응하려면 드라마나 영화 등에 광고 제품을 자연스레 선보이는 간접광고(PPL)나 스포츠중계 화면에만 노출시키는 옥외광고 기법 등이 있다. 그래도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면 어쩔 수 없다. 이러한 시청자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장치가 최근 국내에 나왔다.

창일애드에셋(대표 정진선 www.adasset.co.kr)은 최근 채널을 돌려도 TV의 특정 위치에 동일한 광고를 내보내는 장치인 ‘CF-BOX’를 내놨다. ‘기존 TV에 부착, TV화면 하단 또는 원하는 위치에 문자, 이미지, 동영상 등의 광고를 출력한다. 이 회사는 터미널, 대형병원, 찜질방 등 준 공공장소를 주력 설치 장소로 상반기까지 100개 지점망을 구축, 지역 특화광고 효과를 노릴 계획이다. 창일애드애셋 관계자는 “(채널을 돌려도 보이는) 지속·반복광고로 지역 광고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 등에선 광고용 동영상 사용자제작콘텐츠(UCC)가 부쩍 늘어났다. UCC의 인기를 이용, 거부감 없이 광고를 소비자에게 전달한다는 전략이다.

‘판매자제작콘텐츠(SCC)’로도 불린다. 

온라인 쇼핑몰 ‘주인장닷컴’은 2대8 가르마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테이프로 콧수염을 붙인 김도형 대표의 코믹한 제품소개 동영상으로 2005년 출범한 지 4개월 만에 월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조이스틱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 지지패드(www.ggpad.co.kr)는 작년 말부터 ‘파자마 쇼’라는 UCC(손수제작물) 동영상 홈쇼핑을 방송한다.

임대형 인터넷 쇼핑몰 구축 업체 메이크샵(www.makeshop.co.kr)도 최근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가 상품에 대한 설명·사용법 등을 직접 촬영, 업로드할 수 있는 위한 동영상 서비스 ‘몰티비(Malltb)’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영국 케이블채널 ‘FX’는 작년 하반기 한 장면으로 이뤄진 30초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한 장면이 30초 동안 지속돼 소비자가 같은 문구나 장면을 1초 이상 지켜보도록 하겠다는 심산이다. 국내서도 PVR이 확산되면 이런 이미지 광고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광고주와 시청자간의 쫒고 쫒기는 신경전은 앞으로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