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IT기업 한국 진출 40년 `빛과 그림자`]지금 지사장 1세대는…

컴퓨팅 업계 다국적IT기업 지사장 1세대는 누구부터라고 볼 수 있을까.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들은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본사가 한국인을 지사장으로 임명하기 시작한 때는 90년대 들어서다. 91년 초대 한국IBM 한국인 사장으로 임명, 95년까지 한국IBM을 이끌었던 오창규씨나1991∼2000년 한국유니시스를 이끌었던 조완해 전 사장은 현직을 떠났다. 1세대 중에서 보스턴 왕 래버러터리(일명 왕컴퓨터) 한국 및 일본지사를 맡았던 조선형 사장을 비롯해 1992∼1996년까지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맡은 김원국 사장(대만지사장 겸직), 1993∼1996년 한국후지쯔 한국인 초대 사장인 이경호 사장, 1996∼2000년 인텔코리아 지사장을 맡아 10배 규모로 키운 정용환 사장 등 대부분 인물도 현직에선 한발 물러서 있다. 그러나 ‘조선형·김원국·이경호·정용환’ 등 4인은 국내 IT산업 원로격인 이들이 모여 설립한 ‘프리씨이오스(www.free-ceos.com)’ 컨설턴트로 자문역할을 하면서 국내 IT산업의 맏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993∼1997년까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초대 법인장을 지낸 유승삼 사장은 IT를 활용한 건장자연식품 사업가로 변신했다. HP 본사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유 사장은 삼성HP 협력을 계기로 한국에 건너온 후 한국MS 초대 사장으로 뿌리를 내린 인물. 지사장 사임 이후 벤처테크라는 벤처컨설팅 업체를 설립한 유 사장은 3년 전부터 경기도 파주에 수경자동화농법을 이용해 ‘메밀싹’을 재배, 판매하는 ‘삼한싹(www.charmhansak.com)’이라는 업체를 설립했다.

 오라클이 DB 시장을 평정하기 전 나름대로 명성을 떨쳤던 한국인포믹스를 맡았던 김광원 사장은 인포믹스가 IBM으로 인수된 이후에도 사업부문장으로 명맥을 이어오다, 국내 벤처를 거쳐 2004년 VAN 전문기업인 KIS정보통신 대표로 취임해 활약 중이다. 같은 시기 한국사이베이스 초대 송영덕 사장이나 2대 박서일 사장은 모두 현업을 떠났으며, 3대 사장이었던 김지문 사장은 작년 4월 헤드헌팅 업체인 유앤파트너스로 옮기는 변화가 있었다.

 본사의 M&A로 인한 ‘비운의 주인공’도 있다. 이강훈 전 한국컴팩컴퓨터 사장은 컴팩이 탠덤을 인수하던 1997년, 인수기업이자 초대 컴팩코리아 사장으로 재직 중이었으나, 중대형 분야로 본격 사업을 확대하는 컴팩 본사 방침에 따라 피인수기업인 탠덤코리아의 강성욱 사장에게 지사장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이 사장은 현재 서울 인사동에서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

 국내 스토리지 시장을 개척한 정형문 전 한국EMC 사장은 장수 지사장으로 9년 가까이 한국EMC를 맡아오다 2004년 퇴사한 후 지금은 반도체 장비 업체인 ‘헤이워드테크(www.haywardtech.com)’를 설립했다.

 국내 IT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현상도 하나의 조류로 등장했다. 최승억 SAP코리아 전 지사장과 홍순만 한국사이베이스 전 지사장이 시차를 두고 하나로텔레콤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재철 전 한국IBM사장은 LG CNS 사장으로 변신했으며, 한국MS 지사장을 거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을 역힘한 고현진씨도 LG CNS 부사장으로 적을 옮겼다. 지사장급은 아니나 1990년대 초 MS워드 개발의 주역으로 최근까지도 한국MS에 몸담았던 홍선기 한국MS 전무가 삼성전자 정보통신소프트웨어연구소장으로 옮겨간 것도 주목할 만하다.

 가장 최근에 변신한 이는 경동근 전 NCR테라데이트 사장. 동아컴퓨터 시절부터 25년여간 한 우물을 파 ‘NCR맨’으로 통한 경 전 사장은 지난해 11월, 유통·금융 솔루션 전문 기업인 ‘버뮤다정보기술(www.virmuda.com)’이라는 국내 업체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