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PC시장의 1∼ 2위를 다투는 HP와 델이 IT제품에서 나오는 각종 e쓰레기를 줄이는데도 앞장서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들 업체는 PC의 일부 부품을 친환경 소재로 교체하거나 고장이나 오래돼 버려진 PC를 수집해 재활용하는데 해마다 상당한 예산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HP는 새크라멘토 교외에 있는 자체 재활용 공장에서 미 전역의 기업고객과 소비자로부터 수거한 못쓰는 PC·서버·프린터들을 매일 재처리한다. 트럭에 실려 공장에 도착한 각종 폐제품들은 배터리와 주기판 등 위험물질이 있는 부품을 제거한 후 해체된다. HP는 이곳에서 분리된 철·알루미늄·플라스틱 등 재활용 가능한 성분들을 한데 모아 용광로에서 녹인 후 다시 제품 소재로 사용한다.
HP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하드웨어와 프린트 카트리지 1억6400만파운드를 재활용했다. 미국에서만 로즈빌과 내슈빌에 있는 공장에서 5000만파운드를 재활용했으며 이 덕분에 지하에 매립하거나 해외로 밀반출한 e쓰레기는 한 건도 없었다고 AP는 전했다.
경쟁업체인 델 역시 얼마전 마이클 델 회장이 일선에 복귀하면서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델은 지난해 12월부터 모든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헌 제품을 가져오면 무료로 재활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델은 또 PC 생산과정에 포함됐던 특정 유독 화학성분을 점차 퇴출시키겠다고 선포하고 다른 IT업체들이 이에 동참하도록 호소했다.
e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의 결과, 델은 지난 2005년 8000만파운드 무게에 달하는 부품을 재활용해 생산 비용을 절감했으며 재활용 부품으로 만든 컴퓨터를 판매해 수익을 거뒀다. 환경보호단체로부터 e쓰레기 처리 모범사례로 꼽히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홍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리기도 했다.
HP의 환경 전략을 총괄하는 존 프레이는 “(기업이) 환경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브랜드 로열티와 회사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HP·델 외에도 많은 IT기업들이 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거나 탄소 배출을 경감해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하고 있다.
일본·한국·유럽 등의 국가는 전자제품 제조업체가 재활용 프로그램과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연방법률에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워싱턴·메인·메릴랜드 등 몇몇 주를 필두로 최근 첨단산업 제품에 대한 재활용법을 제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트너의 칼 클런치 컴퓨터산업 전문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의 환경보호 정책이 “친환경 제품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며 “기업에 얼마나 이익이 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5년 미국 소비자들이 배출한 e쓰레기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