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학파도 석·박사도 다 소용없어. ‘아줌마’라는 이유로 취업이 안 돼. 오라고 할 때 무조건 ‘고맙습니다’ 하고 복귀하란 말야.” 지난해 가을 한 모임에서 만난 여자 선배의 조언이다. 그 선배는 KAIST를 나와 미국의 한 주립대에서 석사까지 마친 재원이다. 물론 눈높이의 차이는 있겠지만 단지 ‘아줌마’라는 이유로 취업이 힘들다는 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며 예산도 배정하고 보육시설도 늘린다고 하지만 그런 정부의 노력과는 달리 일선 기업은 ‘아줌마 뽑기’가 부담된다는 것이다. “애가 있으면 아무래도 업무에 지장이 있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던 그 선배의 면접관은 애가 아파 다급할 때도 아내에게 일임해놓고 업무에만 매진했을까?
나는 무려 2년 6개월이나 출산과 육아를 위해 휴직을 하고도 최근 일선으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지인들은 모두 좋은 회사 다닌다고, 사장이 참 훌륭한 사람이라고 난리였다. 회사에서는 우리 아가 백일 무렵부터 복귀하라는 연락이 왔었고 육아에 매진하고 싶었던 내가 오히려 복귀를 고사하던 상황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내가 능력이 있다기보다 이전 멤버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진 사장님의 철학 때문이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젊은 멤버를 새로 뽑아 교육하는 것도 좋겠지만 회사 사정과 해당 업무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이전 멤버가 복귀한다면 어떤 업무든 바로 처리할 수 있는 노련함이 발휘되지 않을까. 특히 우리같이 전문적인 일을 하는 직종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육아라는 업무(?)는 육체적으로도 적지 않은 노동 강도가 필요하지만 정신적으로도 매우 시달리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복귀를 하고 보니 가만히 책상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이 좀이 쑤실 정도였다. 심지어 밤샘 작업을 하면서도 지치고 힘들기보다 알 수 없는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솟아났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보다 ‘잘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요즘 아직도 녹슬지 않은 실력을 자랑하는 아줌마를 불러들이는 게 국민 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이득인가. 자, 좋은 인재를 구하지 못해 고민 중인 회사 대표들이여! 지금 곧 수화기를 들고 어려운 시절에 동고동락했던 ‘아줌마’에게 연락해 일자리를 제안해 보자.
하영아 오피큐알 과장 oxygen@opq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