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시골에 계신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린다. 가끔 일을 마치고 늦은 귀가를 할 때면 문득 어머니의 얼굴이 몹시 그리워질 때가 있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얄팍해서 목소리만 들어도 좋으련만 얼굴과 표정까지 살펴보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어머니의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게 됐다. 지난 3월 1일 WCDMA 전국망 상용서비스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어머니의 얼굴도 뵙고, 아들 모습도 보여드리며 통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듣고 말하는 시대에서 보고 느끼는 시대로 통신의 패러다임이 바뀐 셈이다.
WCDMA 서비스는 영상전화, 영상회의, 다자간 영상통화, 영상 라이브 방송, 원격진료 등 영상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물론이고 USIM 기반의 교통·보안·멤버십·신용카드·증권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와 한국에서 쓰던 휴대전화 번호 그대로 외국에서 음성과 영상, 데이터 통화까지 이용할 수 있는 글로벌 자동 로밍까지 가능하다. 세상에 없던, 세상이 기다리던 꿈의 이동통신이 우리의 생활 속으로 성큼 들어온 것이다.
여기에 데이터 전송 속도도 가정용 초고속인터넷(ADSL) 수준으로 빨라진다. 쉽게 말해 그동안 4차로였던 이동통신 정보고속도로가 10차로로 넓어지고, 제한 속도도 60㎞에서 120㎞ 이상으로 높아지게 된 것이다. 드라마·뮤직비디오·사용자제작콘텐츠(UCC)·뉴스 등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주문형비디오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고, 휴대전화에서 유선인터넷 사이트를 그대로 볼 수 있는 풀 브라우징(full browsing)도 본격화된다.
이처럼 고속 무선데이터 서비스는 소비자 처지에서는 차세대 서비스의 접근성과 선택권을 높이고, 사업자 입장에서는 포화 상태의 음성 시장에서 탈피해 데이터 중심으로 비즈니스 구조를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러한 데이터 서비스의 활성화는 향후 인터넷 강국 위상을 유선에서 무선으로 확대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국가 산업적인 면에서도 WCDMA 서비스의 활성화는 의미가 깊다. 얼마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전 세계 이동통신 기술의 흐름과 제품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3GSM 세계회의 2007’ 행사가 열렸다. 우리가 선보인 차세대 기술들이 전시회에 참여한 글로벌 경쟁사들을 압도했으며, 한국의 기술과 서비스가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세계 3세대 휴대폰 시장에 연간 1000만대 이상을 공급하는 ‘3G for All’(단말기 공동구매) 프로젝트에서 세계 유수의 휴대폰 제조업체를 제치고, 국내 회사가 단독으로 수주하는 쾌거를 거두는가 하면 우리 회사 역시 GSM협회에 제안한 모바일 결제(m페이먼트) 프로젝트가 채택돼 비자·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카드사는 물론이고 영국의 보다폰, 일본의 NTT도코모 등 20개 외국 업체와 서비스 모델 개발 및 시범서비스를 주도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WCDMA 서비스는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변화와 함께 기업과 국내외 산업에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줄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은 열린 마음으로 높아져 가는 세계 시장과 고객의 요구를 파악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서비스와 기술의 글로벌 표준을 통해 휴대폰·콘텐츠·네트워크·소프트웨어 등 관련 산업의 해외 진출 등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업자들 간에도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창조적 협력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글로벌 리더십과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2007년 봄, IT산업의 새로운 봄바람을 기대해 본다.
◆조영주 KTF 사장 yccho@ktf.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