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결합상품 허용을 앞두고 소규모 인터넷전화(VoIP) 사업자들의 위기감이 한층 고조됐다. 번호 이동이라는 기회가 생겼지만 거대 기간통신사업자의 공세로 인해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공동의 대응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위기냐, 기회냐=인터넷전화 시장을 지금까지 성장시켜 온 별정사업자들은 새 통신정책이 위기를 조장할 수도, 기업용 시장보다 개인용 시장 규모를 더욱 끌어올릴 기회로도 작용할 ‘양날의 칼’로 봤다.
인터넷전화 공통 식별번호체계인 ‘070’이 당초 의도와는 달리 ‘060’ 또는 ‘080’ 등과 혼동을 초래해 업계의 공동 마케팅 활동에도 불구, 성과는 시원찮았다. 새로 시행하는 VoIP 번호이동이 이뤄지면 상당수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했다.
하지만 KT 등 거대 통신사업자가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무선전화 등과 함께 인터넷전화까지 다양한 결합 상품을 출시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가격경쟁력과 패키지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업계엔 더욱 팽배했다.
◇다양한 제도 방안 후속으로 나와야=별정사업자들은 시장에서 어렵게 인터넷전화시장을 개척해온 만큼 정부가 다양한 보완제도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지배적 통신사업자와 동등한 수준으로 초고속인터넷이나 전화 서비스를 결합할 수 있는 조건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테면 하나로텔레콤의 초고속인터넷과 VoIP를 VoIP사업자가 결합상품으로 내놓을 경우 하나로텔레콤과 동일한 가격으로 초고속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별정통신사업자들도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틀을 갖춰야 할 것”이라며 “결합상품을 이른바 ‘재판매’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번호이동 제도에도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 시내전화번호와 연동하면 지역에 따라 차이를 둔 시내외 전화요금 체계도 다듬어야 하며 ‘119’와 같은 긴급 전화도 가능해야 한다. 일반 시내외 전화는 전국 16개 지역별 번호로 다른 요금을 적용하지만 인터넷전화는 시내외 단일요금제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의 오랜 염원인 번호이동 제도를 도입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라면서 “이를 계기로 새롭게 재편될 통신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를 빨리 예측해 힘을 합쳐 대응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