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활짝", SAP "우울"

오라클 래리 엘리슨 CEO가 활짝 웃었다. 반면 최대 맞수인 SAP 헤닝 카거만 CEO는 여전히 쓴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오라클은 자체 회계연도 기준으로 3분기 순익이 10억3000만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35%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34억7000만달러였던 매출은 44억1000만달러로 27% 늘었다. 이는 원래 계획했던 분기 실적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오라클은 3분기 순익이 9억4860만∼9억8690만달러로 24∼29% 성장률을 예상했다. 매출 예상치는 42억7000만∼43억4000만달러였다.

이는 핵심 부문인 데이터베이스 사업이 호조를 보인 데다 애플리케이션 사업 쪽을 확장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하이페리온 등 잇따른 인수 전략도 크게 기여했다.

래리 엘리슨 CEO는 3년 전 2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피플소프트·시벨 등 25개 이상의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했다. 올해도 하이페리온를 33억달러에 인수해 주목을 끌었다.

반면 오라클의 최대 경쟁자이자 독일 대표 SW기업인 SAP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르면 올 상반기 선보이는 야심작의 하나인 새 SW사업 모델과 신제품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면서 헤닝 카거만 CEO를 압박하고 있다.

실제 SAP는 매출·순익면에서 몇 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는 전년 동기 대비 7% 성장한 30억유로, 분기 이익도 7억9900만유로에 그쳤다. 특히 주력 사업이었던 SW 라이선스는 원래 전망치인 15%보다 줄어든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헤닝 카거만 CEO는 이 달 중소기업을 겨냥한 새로운 SW를 선보이고 ‘반전’을 모색할 예정이지만 시장에서의 시각은 여전히 냉랭하다.

주요 애널리스트는 “SAP 실적이 주춤한 것은 성장이 쉽지 않다는 신호”라며 “새로운 SW 제품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운영이 더욱 복잡해져 성공적인 치료법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올해 SAP 이익은 전년보다 1∼2%포인트 감소하고 매출 목표치도 30%에도 못미치는 26∼27%로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