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외국자본에 대한 시각이 크게 변했다. 이는 최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기업소득세법을 개정해 첨단 업종을 제외한 외자기업에 대해 기존 세금우대제도를 철폐한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첨단 업종이 중국에 들어오는 것은 언제라도 환영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는 강도 높은 노동규제와 법인세 인상으로 통제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이슈가 됐던 인텔의 다롄 공장 설립 계획이나 3세대(G) 이통사업자 선정 문제는 중국의 외국자본에 대한 시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우선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총 26억달러 규모의 인텔 칩세트 공장 설립 계획을 승인한 것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승인 과정에서 첨단 IT가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염려는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었을 것이다.
반면에 외국 통신업체들의 주관심사였던 3G사업자 선정 문제는‘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자국의 3G 표준규격인 TD-SCDMA를 지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3G사업자 선정을 늦추고 있다는 의혹만 커지고 있다.
작년 말 홍콩에서 열린 ‘ITU텔레콤 월드 2006’에서 왕쉬둥 중국 신식산업부 부장은 시점을 못박지는 않았지만 “사업권을 곧 내줄 것”이라고 말해 외자 기업들의 기대감을 잔뜩 부풀려 놓았다. 늦어도 올해 2월까지는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 정부는 3G사업자 선정 및 일정에 관해 공식적인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이나모바일이 TD-SCDMA 방식으로 3G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중국 내부에서조차 불투명한 3G 정책에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중국이동통신연합의 쉬지싱 부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3G 정책이 불투명하고 비효율적”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앞의 두 가지 사례는 중국 정부의 외국자본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잘 보여준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외국자본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가 더욱 정교해지고 빈번해질 것이란 점이다. 당연히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인건비 상승과 노동 규제를 견디지 못하고 철수하거나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 생산설비를 옮기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까지 큰 폭으로 인상됐으니 탈중국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결코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언제 차이나 리스크가 우리 경제의 덜미를 잡을지 모른다.
국내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 걱정스럽다. 단적인 예로 작년 말 현재 국내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6674개에 이르는 해외 법인(해외 지사 및 사무소 포함)을 두고 있는데 무려 4869개가 중국 등 아·태 지역에 집중돼 있다. 상대적으로 인도·중동·유럽·남미 등에 진출한 기업 수는 턱없이 적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들이 신흥 시장 개척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적으로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위험신호다.
한때 우리는 일본에 대한 무역역조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수출처 다변화 정책이란 걸 시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WTO와 FTA 체제에서 이런 종류의 지원책을 펼쳤다가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결국 기업들이 베트남·인도·CIS·동유럽 등 이머징 시장으로 시각을 확대하고 위험을 분산하려는 노력을 펼쳐야 할 때다. 유관기관들도 기업들의 해외 진출 다변화 노력을 측면에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에 대비해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장길수 논설위원> ksjang@etnews.co.kr